롯폰기 힐스는 일본 도쿄의 구도심 재개발 사업이다. 미나토구의 낙후 지역을 오피스·쇼핑·문화 복합단지로 바꿔 놓았다. 구도심 개발의 세계적 성공 모델이다. 인천에서도 이런 꿈이 있었다. 인천터미널·구월농산물시장 복합개발 사업이다. 낙후된 공공 인프라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십수년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다.
롯데그룹 자회사인 롯데인천개발은 지난 2013년 인천시로부터 인천터미널 부지를 사들였다. 매입가 9천억원이었다. 이듬해엔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일대 부지(5만9천㎡) 및 건물을 3천60억원에 사들였다. 롯데는 인천터미널을 확장·이전하고 쇼핑몰과 업무·문화시설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구월농산물도매시장 부지엔 아파트·오피스텔 2천313가구를 짓는다. 쇼핑·문화·주거시설이 함께하는 복합 신도시 개발이다. 롯폰기 힐스급의 다운타운 재개발 구상이었다.
최근 롯데가 인천시에 사업 기한을 2030년으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을 내세웠다. 사업성이 안 나오니 개발계획 변경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롯데는 처음 2018년이던 사업 기한을 2022년으로 연장받았다. 이후 행정절차 지연 등으로 다시 2026년까지 연장했다. 세 번째 연장이다.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은 이미 2020년 남동구 남촌동으로 이전했다. 사업 진척이 없으니 옛 농산물도매시장 일대는 5년째 폐허로 방치 중이다. 텅 빈 시장 건물은 낡아가고 주변은 내다 버린 폐기물만 쌓여 간다. 주민들은 인천시가 좀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다. 롯데로 하여금 방치 농산물 시장을 정비·관리토록 해 더 이상의 슬럼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터미널 부지는 2단계로 나눠 개발할 계획이었다. 1단계 터미널 이전·확장은 2022년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공정 70% 상태다. 2단계 쇼핑몰·문화시설의 복합용도 건축물 공사는 아예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사업 기한이 자꾸 미뤄지는 것은 당초 계약이 허술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토지매매계약 당시 사업 기한에 대한 강제조항이나 페널티 조항이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낙후됐지만 대형 백화점과 종합터미널이 함께 있는 인천의 다운타운이다.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더 낙후돼 가는 사정이 못내 아쉽다. 개발을 맡은 민간기업 입장에서도 답답할 것이다. 결국 경기 침체 장기화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그러니 민간기업에 출혈성 투자를 강요할 일만도 아닌 것 같다. 과거처럼 도시가 끝없이 팽창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인천판 롯폰기 힐스의 꿈도 저성장의 터널에 갇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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