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실종 딸 송혜희’ 사건을 모두가 안다. 1999년 2월13일 버스정류장에서 사라졌다. 집 근처였는데 행방불명됐다. 아버지 송길용씨가 전국을 돌며 찾았다. 300만장의 전단까지 뿌렸지만 찾지 못했다. 25년을 고생하던 아버지 송씨가 작년 8월 숨졌다. 안타깝게도 교통사고였다. 아내는 우울증을 앓다가 오래전 사망했다. 우리에게 가슴 아프게 남아 있는 실종 아동 가정이다. 이런 비극이 우리 주변에 많다.
36년째 딸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사연이 있다. 본보 취재진이 전한 한소희양(당시 7개월) 실종 사건이다. 1989년 5월18일 수원시 남창동에서였다. 30대 여성이 집을 찾아와 ‘물을 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물을 주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기가 사라졌다. 지금은 6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범행으로 짐작된다. 어머니 이지우씨는 “딸에게 나는 지금도 너를 찾고 있다고 전해주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세상 가장 큰 슬픔이 자식을 잃는 슬픔이라고 했다. 생사도 모르는 이별이니 어떻겠나. 아동 실종의 실태를 본보가 살펴봤다. 경기남·북부경찰청 통계를 봤는데 계속 늘고 있다. 2020년 5천843건, 2023년 7천51건, 지난해 7천93건이다. 1년 이상 찾지 못하면 장기 실종 아동으로 분류된다. 이게 현재 191명이다. 여기서 54%인 105명은 실종 10년을 넘기고 있다. ‘평택 송혜희 아빠’나 ‘수원 한소희 엄마’의 예다.
‘실종 아동의 날’도 벌써 19년 째다. 국민적 경각심과 관심이 도움되고 있다. 실종자 가족 찾기 시민 모임도 있다. 많은 시민이 여기도 참여해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전산망과 인력을 갖춘 경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간혹 실종자 가족의 극적인 상봉 얘기가 전해진다. 대부분 경찰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또 아동 실종은 명백한 사건이다. 이래저래 경찰 업무의 영역에 든다.
경찰 조직에서 이 업무가 축소된 듯 보인다. 경기남·북부경찰청을 봤다. 아동 실종 사건 전담 인원이 2명씩 있다. 독립된 팀은 아니고 형사기동대에 속한 인력이다. 2023년까지는 남·북부청에 각 6명씩 배치돼 있었다. 이게 2024년 조직 개편으로 현재 상태로 줄었다. 제보 분석, 보육원 순찰, 관련 기록 조회 등 일이 참 많다. 실종 아동이 살폈듯이 수천명이고 장기 실종 아동도 수백명이다. 늘려줘도 부족한데.
실종 아동 하나를 구하는 것은 한 부모를 구하고, 한 가정을 구하는 것이다. 경찰의 어떤 업무 못지않게 숭고하고 절박하다. 격무에 짓눌린 경찰 현실을 왜 모르겠나. 그렇더라도 실종 아동에 대한 배려와 고민을 부탁한다. 일선 경찰서, 현장의 파출소까지 연계하는 시스템 마련을 부탁한다. 그 감사한 일을 경기 경찰이 먼저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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