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자연히 모바일 데이터도 우리 삶의 필수재가 됐지만 현재 통신사들의 요금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데이터 요금의 불투명성이다. 음성 통화나 문자 사용량이 과거에 비해 점차 줄어들면서 통신사 수익의 대부분은 데이터 요금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데이터 요금제는 여전히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일례로 많은 이들이 카카오톡 메시지나 일반 문자 메시지는 ‘무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해다. 무심코 사용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일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데에도 데이터가 소모된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는 이를 간과하거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
또 현재의 데이터 요금제는 대부분의 요금제가 한 달 사용량을 정해 놓고 이를 초과할 경우 추가 요금을 부과하거나 속도 제한을 거는 방식이다. 이는 마치 정해진 양의 물건을 사지 않으면 벌금을 내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반면 남은 데이터는 이월되지 않고 소멸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진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우 불합리한 처사다. 데이터 이월제는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과점 구조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단 세 곳의 통신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고 통신사들의 불합리한 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카카오톡 같은 특정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데이터 사용량 증가를 부추기고 데이터 요금제에 영향을 주는 현상도 나타났다. 수많은 이용자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고용량 파일을 주고받으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마치 통신사와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암묵적인 공조를 통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털어 가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우리는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때는 유선 인터넷이나 와이파이(Wi-Fi)로 데이터를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데이터는 요금제에 따라 과금되거나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어 동일한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때만 유독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정보 접근성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물론 이동통신사 역시 망 투자 및 유지 보수 등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요금 인하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요금제가 결정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불합리한 요금제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합리적인 수준의 요금 체계는 건전한 시장 발전의 토대이며 이는 결국 통신사에도 장기적인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데이터 이월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닌 즉각 시행해야 할 조치이며 복잡하기만 한 요금제를 소비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단순화해야 한다. 정부 역시 통신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데이터 요금을 감당해야 하는 시대는 없어야 한다. 정부와 통신 사업자들은 더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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