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준비된 대통령’·이명박 ‘747 공약’·문재인 ‘사람이 먼저다’ 등 성공한 슬로건 ‘시대적 과제’ 정확히 반응… 후보 이미지·서사 조화
6·3 RE:빌딩 역대 대선 슬로건 분석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시대 정신을 관통한 한 줄의 슬로건이 당선으로 향하게 한 결정적 매개체가 됐던 것으로 분석됐다.
25일 경기일보가 역대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을 분석한 결과 대통령 당선자들은 각기 다른 시대적 과제를 단 한줄로 포착,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중 후보가 1997년 15대 대선에서 제시한 슬로건은 ‘준비된 대통령’이다. 당시 외환 위기를 겪던 상황에서 위기 관리 능력을 강조한 것으로, 표현기법 상 이성적(로고스) 수사를 사용했다. 시대정신은 ‘국가건설형’으로, 민주정부 수립과 책임정치에 대한 기대를 담았다. 유권자 타깃은 중도층과 외환 위기 속에 불안한 국민이었고, 야당 지도자로서의 풍부한 경륜과도 정확히 부합하는 슬로건으로 분석됐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고(故) 노무현 후보가 들고 나온 ‘사람이 사는 세상’은 감성적(파토스) 표현을 바탕으로, ‘국민형성형’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슬로건으로 평가된다. 서민 이미지와 탈권위적 정치 스타일은 감성 프레임과 밀착됐고, 진보세력과 개혁 유권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이명박 후보가 2007년 17대 대선에서 사용한 ‘747 공약’은 유일하게 숫자로 구성된 슬로건으로, 실용성과 경제 성과를 동시에 어필하는 이성적(로고스) 중심 수사였으며, 시대정신은 ‘국가발전형’에 가까웠다. ‘기업 CEO 출신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와도 전략적 정합성이 매우 높았던 슬로건으로 분석됐다.
2012년 박근혜 후보는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문구로 보수진영 내에서 역사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부각시키는 윤리적(에토스) 수사를 택했다. 여성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전면에 내세웠고, 안정과 품격을 중시하는 중·장년 보수층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문재인 후보는 2017년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사람이 사는 세상’과 유사한 감성적(파토스) 수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탄핵에 따른 촛불정국 이후 유권자들이 열망한 시대정신은 공동체 회복과 국민 중심 정치였으며, ‘노무현의 친구’라는 이미지와 정서적으로 완벽하게 일치한 슬로건으로 평가됐다.
가장 최근인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공정과 상식’은 단어 자체는 건조하지만 그 속에 내포된 정서는 강한 감정적 공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표현은 대조 수사에 기반한 이성적(로고스) 메시지였지만, 타깃은 불공정에 민감한 2030 세대였다. 검사 출신이라는 이미지 역시 ‘불의를 응징하는 정의감’이라는 정치적 상징과 부합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성공한 슬로건은 시대적 과제에 정확히 반응하고 후보 이미지와 서사를 조화시킨 경우가 많았다”며 “표현기법이 감성적이든 이성적이든, 진정성과 일관성이 결여될 경우 오히려 유권자의 불신을 불러온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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