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이준석…단일화 왜 거부할까 [6·3 대선]

2030남성표, 연성진보·연성보수 공략
독자노선 완주로 정치적 진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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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수원역 로데오광장에 마련된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보수 단일화’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스스로 단일화에 응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온 이 후보에게 이번 대선은 실리보다 브랜드 구축이 더 절실한 무대다. 단일화를 받아들이는 순간 정체성도, 메시지도 모두 김문수 부속물로 전락할 수 있다. 대선 완주를 통한 향후 독자노선 구축이 그에게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김문수 후보가 뿌리가 같다고 했지만, 실제 양측 정체성은 극명하게 갈린다"며 "김문수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층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이 후보는 탈윤·합리보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해도 대세는 못 뒤집는다?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꺼리는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론 흐름으로는 단일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2030 지지층도 김문수 후보와의 결합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가 주력하는 표심은 단순 보수층이 아니다. 핵심 기반인 '2030 남성 유권자' 외에도 이른바 '윤석열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재명도 아니다'는 정서를 가진 연성진보·연성보수 중도층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는 거대 양당 모두에 환멸을 느끼며 정치적 대안에 목말라 있는 유권자층이다. 진보 진영의 도덕성 피로, 보수 진영의 극우 편향에 실망한 이들은 정치적 공백지대에 머물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지점을 '개혁보수' 기치로 내걸어 젊은 제3지대의 상징이 되길 원한다.

 

3자 구도, 의외의 실리?

 

캠프 내부 분석에 따르면 오히려 3자 구도에서 이재명 비토층 일부를 이준석 후보가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준석이라는 벽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 표가 고스란히 김문수 후보에게 돌아갈 것이란 보장은 없다는 계산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3자 구도일 경우 실리적인 이득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6대4 비율로 이재명표를 더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대선 승리, 구체적인 명분이 없는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준석 지지층은 국민의힘으로의 회귀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지난 대선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정권 창출에 기여했지만 정치적 보상은커녕 사실상 '팽' 당했다는 인식이 뚜렷하다. 이 후보 역시 국민의힘을 떠나 창당의 길을 택했다.

 

단일화의 조건, '누구보다 어떻게'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이준석 개인에게 완주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개혁보수'라는 정체성을 유권자 앞에 시험하는 무대"라고 평가한다.

 

이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승리를 이끌 수 없다면 오히려 책임만 떠안을 수 있다. 그보다는 완주를 통해 존재감을 확보하고, 대선 이후 정계 재편에서 정치적 지분과 독립 공간을 확보하는 전략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단일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론의 강력한 요구나 김문수 후보 측이 후보직을 양보하고 '이준석 중심의 단일화'를 전격 수용할 경우는 예외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나 김문수 캠프 분위기로 볼 때, 이런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준석에게 중요한 것은 (단일화) '누구와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라면서 "흡수형 단일화는 거부하지만 정치적 주도권이 보장되는 단일화라면 언제든 카드로 꺼내 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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