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
요즘 대통령선거운동이 한창이다. 거리에는 확성기를 단 선거 차량이 돌고 후보들의 현수막이 도심 곳곳에 걸려 있다. 방송에서는 TV 토론이 이어지고 사람들은 각 후보자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쏟아낸다. 후보자들은 자신을 선택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지도자를 뽑는 일은 유권자에게도 큰 부담과 스트레스를 준다. 겉으로는 “마땅한 후보가 없다”거나 “관심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무책임하게 아무나 뽑을 수는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선거가 끝난 후에는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감정으로 남는다.
이상적으로는 후보의 과거 이력, 공약의 현실성, 주변 인물의 성향, 자신에게 맞는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상에 쫓기는 시민이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당적, 지역 연고, 선거홍보물의 인상 정도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지도자의 면모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뚜렷한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어떤 정치적 태도를 지닌 사람인지는 유추해볼 수 있다. 바로 1차원적 정치를 하는 사람인지, 2차원적 정치를 하는 사람인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1차원적 정치활동은 주로 자신을 과대포장하거나 경쟁자를 공격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들은 “나는 경험이 풍부하고 내 공약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자신이 더 낫다는 것을 강조한다. 상대를 끌어내리는 전략을 통해 자신이 돋보이길 원하며 정치적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 이는 ‘선거는 전쟁’이라는 논리에 따라 자신이 더 유능하다는 인식을 유권자에게 심으려는 접근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 스타일은 단기적 승리를 위한 전략일 뿐 장기적 국가 비전을 수립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경쟁자보다 우월해 보이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국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전략이나 실천력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반면 2차원적 정치를 하는 인물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국민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공동의 목적을 탐색한다. 그는 “우리 사회의 가장 절박한 과제는 무엇인가”, “국민이 바라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소통을 통해 해답을 찾으려 한다. 단순한 승부보다 비전과 방향을 중시하고 정책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설득하려 한다. 경쟁자와의 갈등보다는 다양한 관점을 통합하려 노력하며 공동체적 가치와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오늘날 우리가 선택해야 할 지도자는 바로 이러한 2차원적 정치를 실천하는 인물이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변화와 성장의 책임을 짊어지는 자리다. 경쟁자를 이기기 위한 선거운동에만 몰두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는 인물에게서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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