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복합재해 기후 리스크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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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가뭄까지 겹치고 산불까지 난다면 어떨까.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사태가 실제로 현실로 나타났다. 2010년 러시아에서였다. 그해 6월 초순부터 7개월여 동안 이어졌다. 5만5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제 피해는 17억4천만달러(약 2조3천477억원) 규모였다.

 

당시로 더 들어가 보자. 매일 수은주가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농작물은 타 들어 간다. 대기가 고온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산불 연기는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 유입돼 폭염과 함께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

 

폭염은 지면에서 높이 2m의 기온인 하루 평균 기온이 상위 10%에 드는 날이 사흘 이상 연속되는 경우다. 가뭄은 물순환을 반영해 하루 증발산 부족량 지수가 하위 10%에 드는 날이 사흘 이상 연속되는 경우다.

 

폭염에 가뭄을 동반하는 현상을 복합재해라고 부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상협회의 분석 결과다.

 

한국기상협회는 전국을 100㎢ 격자로 나눈 뒤 1979년부터 2023년까지 기상자료를 활용해 5~10월 폭염과 가뭄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분석했다. 한 격자에 6월10~15일 폭염, 같은 달 12~20일 가뭄 등이 나타났다면 폭염이 시작한 10일부터 가뭄이 끝난 20일까지 복합재해 한 건이 발생한 것으로 규정했다. 그 결과 복합재해 발생 횟수는 연평균 446.3건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2014~2023년)만 놓고 연평균을 계산하면 951.5건에 달했다. 복합재해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일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1994년으로 4천113건이었다. 2018년(2천194건)과 2016년(1천670건)이 뒤를 이었다.복합재해 지속 기간은 평균 11.4일이었다.

 

복합재해는 자연 훼손과 환경 파괴 등이 불러 온 후유증이다. 명백한 기후 리스크다. 마땅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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