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상담, 퇴사 고민 등 인공지능과 상담 AI 심리상담, 장점 있지만 '과의존' 주의해야
#1. “그 사람 진짜 나한테 관심 있는 거 맞을까? 근데 왜 이렇게 답장이 없지?”
성남에 사는 20대 여성 김모 씨는 최근 연애 고민에 푹 빠졌다. 예전 같았으면 친구들에게 시시콜콜하게 털어놨겠지만, 요즘은 다르다. 그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곳이 요즘엔 생성형 인공지능(AI)밖에 없다”며 “비판도, 섣부른 판단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생각보다 대답을 잘해준다”고 덧붙였다.
#2. “당신의 감정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버텨온 당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결정을 내리기 전 스스로 우선순위를 점검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퇴사는 도망이 아니라 변화의 선택일 수 있으니까요.”
판교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조모 씨는 퇴사를 고민하던 어느 날, 무심코 생성형 인공지능에 던진 질문에 위와 같은 답변을 받았다. 인간관계로 힘들어 회사를 그만둘지 고민하던 그는 생각지도 못한 위로에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7일 경기일보 취재 결과,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업무 효율 향상만 아니라 일상 대화, 심리 상담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얼마 전 챗GPT의 ‘지브리풍’ 그림 생성 열풍에 이어 ‘무의식 분석’ 프롬프트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실제 일부 이용자들은 “분석이 정확했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연애부터 육아, 퇴사까지 세대별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심리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 실시한 ‘AI 기반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심리적 어려움 시 전문 상담사를 찾겠다는 응답자는 56%, 챗GPT 등 인공지능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자는 40%로 나타났다.
접근성과 익명성이 인공지능 심리상담의 주요 강점으로 꼽혔으며, 정보 제공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상담 접근성 면에서는 응답자의 67%가 인공지능 상담사가 더 적절하다고 답했다. 시간, 일정 조율, 비용 면에서도 인공지능의 우위가 확인됐다.
그러나 데이터 기반의 한계, 정확성 문제, 과도한 의존 가능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김태훈 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은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의료인이나 상담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방식으로 질문자의 요구에 끝까지 맞춰주기 때문에 지나친 의존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인공지능 상담을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인공지능을 탐색 수준에서 이용하되,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답변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 왜 그런 대답이 나왔는지, 나에게 적합한지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결국 건강한 심리 회복을 위해선 현실에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며 “대인 관계를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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