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루소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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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계약은 자유와 평등 등에 기반해야 합니다. 국가의 규칙인 법은 ‘일반 의지’를 통해 결정돼야 합니다.”

 

300여년 전 유럽의 한 지식인이 주창한 이론이다. 당시로서는 반역이었다. 시민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인 만큼 자유와 평등이란 단어들도 생소했다. 장 자크 루소가 그랬다. 그는 문명이 되레 이성의 퇴보를 불러온다고 꼬집었다.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고정관념이 대세인 시대였다.

 

이 같은 지적은 ‘에밀’에서 완성됐다. 이 저서는 에밀이라는 가상의 소년을 통해 이상적인 교육을 제시했다. 당시 민중은 억압과 통치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어린이에 대해 모르고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고찰은 어린이가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데서 시작해야만 합니다.” 루소는 그러한 생각에서 에밀이라는 고아를 통해 자연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이론을 내놨다. 조물주의 손에서 떠날 때는 모든 게 선하지만 인간의 손으로 넘어 오면 모든 게 악해진다고 주창했다. 사회·가족 등 외적 환경이나 나쁜 습관, 편견 등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고 자유롭고 크게 자라나도록 하자는 게 이 책의 주안점이었다.

 

주입식 교육에도 반대했다. 체육·품성 등 전인교육을 중시했다. 인간 중에서 가장 순수하게 자연성을 간직하고 있는 어린이에게 그 본래의 자연과 자유를 되돌려줄 것을 주장했다. 교육 주체로 자연, 인간, 사물등을 들어 인간의 능력을 내부로부터 발전시키는 건 교육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저서에 철퇴가 내려졌다. 기독교적 원죄설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법원으로부터 판매 금지 판결을 받고 작가도 구속영장이 발부돼 도피생활에 들어간다. 1762년 6월9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곧이어 발생한 프랑스 대혁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민주주의 형성에 거대한 이론적 토대도 제공했다.

 

우리 사회는 루소의 지적으로부터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까. 새 정부에 보내는 충고는 그래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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