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하고 쌈 싸먹고”…‘지하철 빌런’ 확실한 제재 방법 없나

관련 민원 2년 연속 5만건↑…방치하면 중범죄 위험
전문가 “과시·일탈 행위에 강력 처벌 지침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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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유동수 화백

 

최근 지하철에서 이상 행동을 보이며 민폐를 끼치는 이른바 ‘지하철 빌런’들이 잇따라 포착돼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들의 행위는 단순한 민폐를 넘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5일 경기일보 취재 결과, 최근 수도권 지하철을 중심으로 이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들을 악당(Villain)에 빗대어 ‘지하철 빌런’이란 신조어로 부른다.

 

지난달 16일 수인분당선에서는 좌석 여러 칸을 차지한 채 누워 발까지 올리고 자는 남성이 목격됐다.

 

또 지난 4월 21일 신분당선 열차 안에서는 한 현직 군인이 군복 차림으로 중요 부위를 노출해 승객들을 경악케 했다.

 

같은 달 15일 9호선에서는 인분이 발견됐으며, 14일 밤 공항철도에서는 한 남성이 노약자석에 앉아 김치 냄새를 풍기며 상추쌈을 싸 먹는 모습이 포착돼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기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서울교통공사의 ‘주요 불편 민원’ 최신 통계에 따르면, 민원 접수 건수는 ▲2023년 114만4천889건 ▲2024년 115만3천61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열차 내 질서 저해’와 관련한 민원은 ▲2023년 5만6,543건 ▲2024년 5만5,888건으로, 2년 연속 5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수도권 지하철 1~9호선, 공항철도, 수인분당선 등에서 발생한 민원 통계를 취합·관리하고 있다.

 

공사 측은 신속한 대응을 위해 공식 앱 ‘또타지하철’을 통한 빠른 신고를 권장하고 있으며, 민원이 접수되면 즉시 역무원을 출동시켜 경찰 도착 전까지 안전을 확보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제지로는 문제가 근절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욕설이나 폭행 등 과격 행위는 방치할 경우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과시성 일탈 행위를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명확한 처벌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하철에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이들의 상당수가 ‘분열형 성격장애’를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노연상 대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지하철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상 행동을 보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도주가 쉬운 공간으로 인식된다”며 “자신을 ‘평범하지 않은 사람’으로 과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정주호 가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권력을 가진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강력하고 명확한 처벌 매뉴얼 작성, 지하철 전담 경찰관 확충 등이 해결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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