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지대 등 곳곳 죽은 채 방치... 예산 140억 무색 ‘주먹구구’ 관리 市 “폭설 탓… 하반기 정비 계속”
“상징목이라더니, 이렇게 말라 죽은 채 방치하니 안타깝습니다.”
지난 12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팔달산 곳곳에서 고사된 소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폭설의 영향으로 추정되는 고사목들은 잎이 갈색으로 바짝 말라 있었고, 일부는 가지째 말라 죽은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상당수 나무는 이미 생장 기능을 멈춘 듯 줄기가 갈라져 있었으며, 죽은 가지 사이로 병든 잎이 드문드문 남아 있었다.
13일 오전 9시께 수원시 장안구 노송지대와 만석공원 일대도 마찬가지. 두 지역 모두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잎이 말라붙은 채 식재돼 있는 소나무들을 쉽게 볼수 있었고, 일부 나무는 윗부분 전체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면 줄기에는 송진이 말라 굳어 있었고, 가지 끝마다 바싹 마른 잎이 매달려 있는 등 오래 방치된 듯한 느낌을 줬다.
수원토박이 김재훈씨(39)는 “산책을 즐겨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요즘 죽은 소나무들이 자주 눈에 띈다”며 “소나무들이 이렇게까지 말라 죽고 있다니 안타깝다. 도시 경관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푸릇푸릇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수원시 곳곳에서 소나무가 변색된 채 방치되고 있다. 소나무는 수원시가 지정한 상징목인 만큼 더욱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14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999년 8월부터 소나무를 상징목으로 지정해 관리해왔으며, 현재 시내 소나무는 공원녹지사업소와 각 구청이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관리하고 있다.
소나무를 포함한 수목 관리를 위해 들이는 예산만 140억가량에 달하지만, 지난해 대규모 폭설 이후 일부 소나무가 고사하거나 부패한 상태로 방치돼 있어 산림과 녹지 및 도시 경관을 해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소나무는 산림, 공원, 가로수 등 식재 위치에 따라 각 구청 내에서도 담당 부서가 달라 통합된 관리 체계나 전담 인력 없이 개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정기적인 관리보다는 민원 접수나 폭설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만 현장 점검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며, 병해충 방제도 매년 예상 시기에 이뤄지긴 하지만 체계적인 정기 관리보다는 비정기적 조치에 머물고 있다.
이와 관련, 김동필 부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소나무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매뉴얼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며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조치하는 방식보다 사전에 점검하고 예방하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폭설로 인해 다수의 소나무가 손상돼 고사했으며, 상반기에 일부 정비를 마쳤지만 고사목 수가 많아 완료하지 못했다”며 “하반기에도 정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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