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음이 머무는 곳
시간이 가장 큰 재산임을, 늦게야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하지만 그 하루를 채우는 밀도와 방향은 삶이 품은 깊이만큼 달라진다. 시간은 흘러가고, 그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남기는 흔적도 달라진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마음이 머무는 방향’.
#2. 고요한 저항
해는 낮의 껍질을 벗기며 존재의 이면을 드러낸다.
드러남은 언제나 소멸과 나란히 오며 우리가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은 무언가를 잃는 순간과 포개져 있다. 이 탈색의 경계에서 진실은 말이 아니라 침묵으로 존재한다. 삶이란 어쩌면 잊히는 것을 운명으로 부여받은 존재를 조용히 거부하는, 한낱 고요한 저항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저항처럼 어슴프레한 저녁의 바닷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3. 삶의 궤적
진흙을 머금은 땅 위, 서로 다른 발자국들이 겹쳐 앉아 한 겹의 이야기로 눌러 있다. 누군가는 이곳에 잠시 머물렀고, 누군가는 조용히 지나갔다. 그 순간의 무게가 부드러운 흙에 흔적을 남겼다. 발의 온기, 형태, 그리고 방향 그 모든 것이 말없이 ‘존재했음’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길 위를 걸으며 그 흔적들을 스쳐 지나왔을까. 삶은 보이지 않는 발자국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길 위에 자신만의 궤적을 조용히 얹고 가는 일.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국 앞에 멈춰 서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여기, 누가 다녀갔는가.” 홍채원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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