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기반으로 활동 이어 온 서양화가 유선형 23일까지 삼청동 선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
붉은 머리를 한 여자들의 불명확한 자세와 표정. 이들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기억과 감정을 투영하게 하는 ‘여백의 얼굴들’과 마주한다.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 여기서 잠시 멈추다 보면, 어느새 회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수원 지역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 온 서양화가 유선형의 열한번째 개인전 ‘Temptation’이 오는 23일까지 서울 삼청동 선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유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형상과 감정, 상징이 절묘하게 결합된 회화 작업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감수성과 무의식의 경계를 탐색하는 섬세하고도 도전적인 시도를 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근작 시리즈인 ‘Faerie’와 ‘Temptation’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작가 특유의 강렬한 색채와 정제된 인물 표현이 돋보인다.
‘Faerie’는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초상을 통해 존재의 본질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한다. 때로는 눈을 가린 채 정면을 응시하거나, 꽃잎과 같은 머리 장식 속에서 나비를 바라보는 모습은 관람자에게 침묵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강렬한 붓질과 부드러운 피부 표현이 공존하면서 감각적 긴장감을 더한다.
‘Temptation’은 ‘유혹’이라는 명확한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것으로 더 밝고 강렬한 색채 대비와 함께 시각적 유희를 강조한다. 이 시리즈의 인물들은 보다 현실적이고 불명확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배경의 초록 식물과 분홍빛 공간은 자연과 욕망 사이의 아이러니한 경계를 암시한다.
전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붉은 머리를 지니고 있다. 때로는 눈을 가리거나 가늘게 뜬 상태로 묘사된다. 이는 자아 성찰과 내면의 탐구, 혹은 이상향에 대한 갈망을 시각적으로 표출한 장치로 읽힌다. 작품 속 머리카락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를 넘어 화려한 붓터치로 구현된 상상적 오브제로 기능하며, 인물들의 정신세계를 상징적으로 감싸고 있다. 특히 새, 나비, 잎사귀와 같은 자연물과의 교감은 존재와 상호적 관계를 부드럽게 풀어낸다.
작가의 작업은 회화의 전통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점이 특징이다. 유려하게 처리된 인물 묘사는 고전적 회화 기법에 기반을 두되, 대담한 색면 분할과 강렬한 브러시 스트로크는 현대적 감각을 구현한다. 붉은색, 초록색, 핑크색 등의 대비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확장하며, 관객들은 ‘고요 속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유 작가는 현재 선과색, 대한민국현대인물화가회, 상형전, 경기미술대전초대작가, 경기구상작가회, 한국미협회원 등으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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