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폐쇄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환경단체와 지역 정치권이 중금속 오염과 반복된 안전사고를 이유로 정부 차원의 근본적 대책을 촉구하고 나서면서다.
20일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최근 이들 환경단체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은 ‘낙동강 살리기’ 공약을 구체화하라”며 석포제련소의 폐쇄와 이전을 요구했다.
이들은 “환경부 조사 결과, 제련소는 낙동강 상류 수질과 지하수·토양 중금속 오염, 주민 건강 피해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2022년 통합환경허가를 내줬다”며 “허가 후 4개월 만에 여섯 건의 법령을 위반했고, 지난해에는 황산 감지기 경보장치를 끈 채 조업을 하다 적발돼 10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노동자 안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단체는 “지난 13일 하청노동자 1명이 토사에 매몰돼 숨지는 등, 통합허가 이후 4명이 사망했고, 제련소 가동 이후 누적 사망자는 총 21명에 달한다”며 “석포제련소는 사실상 ‘노동자의 무덤’”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안동시의회도 정례회 본회의를 통해 ‘낙동강 및 안동댐 상류 퇴적 중금속 정화를 위한 정부 조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정화 사업을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안동형 생태 뉴딜’ 방식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의회는 “수십 년간 퇴적된 카드뮴·수은·납 등 중금속이 낙동강과 안동댐의 수질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환경부는 오염 실태를 재조사해 공개하고, 정화사업을 국가 중점 과제로 지정해 국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광영 안동시의회 부의장은 “지방정부 단독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수자원 보호와 국민 건강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지역과 함께 지속가능한 회복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낙동강과 안동댐 수계를 국가가 책임지고 정화해 국책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부의장은 또 “2014년 이후 환경법 위반만 80건이 넘고, 두 차례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석포제련소는 이미 국민의 경고를 받았다”며 “이제는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하라는 명령이 내려져야 할 때”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2016년 일본 도쿄농공대 와타나베 교수 연구진이 작성한 ‘와타나베 리포트’를 인용해 “석포제련소부터 안동댐까지 카드뮴·수은 등이 대량 검출됐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시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환경 문제로 지적됐다”고 밝혔다.
경상북도 역시 최근 제련소 이전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도는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용역’을 위한 평가위원 후보자 모집을 마쳤으며, 전담반 회의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봉화군에 따르면 석포제련소 1공장의 토양정화명령 이행률은 지난 2월 말 기준 16%, 2공장은 1.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제련소는 오는 30일까지 정화명령을 이행해야 하며, 봉화군은 미이행 시 토양환경보전법 제29조 제3항에 따라 행정처분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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