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병 특화… ‘고의적 자해’ 예방 집중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④]

경기북부 빠른 고령화·군 밀집 높아 
양주 노인대학·연천 마음심기 등 고위험군 조기 검사·상담, 자해율↓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경기북부권 지원 정책 분석

1998년부터 2023년까지 연도별 전국 고의적 자해율(검은선)과 경기북부권 8개 지자체의 고의적 자해율(초록선) 비교
1998년부터 2023년까지 연도별 전국 고의적 자해율(검은선)과 경기북부권 8개 지자체의 고의적 자해율(초록선) 비교

 

경기도에서 초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 중인 북부지역은 고령인구 만큼 군(軍)의 밀집도 또한 높다.

 

건강 악화 및 노동·경제력 상실감을 호소하는 노년층, 입대 등으로 감정 변화를 겪는 청년층, 두 상반된 그룹이 고의적 자해와 관련한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경기북부권은 이들에 대한 특화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2일 경기α팀이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파악한 경기북부지역의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2023년 31.8명으로 전국 평균(27.3명)보다 높았다. 여기서 경기북부지역은 남양주시, 의정부시, 양주시, 구리시, 포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 8곳으로 분류했다.

 

인구가 적은 이들 지역에 고의적 자해율이 높다는 건 ‘위험한 지역’이라는 의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인구가 적어서 고의적 자해율이 높게 집계되는 부분이 있다. ‘고의적 자해율’이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다.

 

경기북부권의 관련 통계는 1998년 24.0명을 기록하며 남부권(21.5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점점 증가세를 보여 2009년 39.7명으로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2023년엔 31.8명이 됐다. 고의적 자해 당사자들이 증가한 것 외에도 ‘인구’ 자체가 빠져나가 절대적 인구 수의 차이가 나다 보니 경기북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이 높게 기록된다는 해석이다.

 

그나마 양주시와 연천군의 고의적 자해율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감소세’였다.

 

양주시의 경우 1998년 32.5명을 기록한 후 2012년 39.2명으로 역대 최다 고의적 자해율에 이르렀다. 하지만 점점 감소해 2023년엔 31.4명으로 줄었다. 연천군도 1998년 32.9명 이후 2005년엔 60.5명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다. 하지만 2023년엔 31.3명까지 떨어졌다.

 

그 가운데에는 노년층, 군장병 등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있었다. 양주시의 ‘마음챙김 노인대학’, 구리시의 ‘똑똑! 안부 확인’, 남양주시의 ‘찾아가는 마음 돌봄’, 연천군의 ‘마음심기’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 연령층을 대상으로 조기에 검사 및 상담 등을 진행해 고의적 자해 의향에서 실제 행위 시도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내용이다.

 

경기북부권 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노년층, 군장병 등 고의적 자해에 대한 위험도가 높은 연령층을 상대로 조기 개입을 통해 자해율을 낮추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사업을 통해 쌓은 정보 등을 통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해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북부 맞춤 정책 다변화… ‘고의적 자해’ 위험군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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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부터 2023년까지 각 지자체별 인구 10만명당 고의적 자해율 연도별 추이(통계청 사망원인통계). 유동수화백

 

전화벨이 울렸다. 계속 울렸다.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인터뷰가 끝났다. ‘긴급 상황’이 발생해서다.

 

지난달 중순께 경기α팀이 기획 기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을 준비하며 동두천시 생연동에 위치한 자살예방센터를 찾았던 날이다. 별다를 것 없는 평일, 평시라고 여겼는데 센터의 사정은 달랐다. 먼저 걸려온 전화를 끊으면 곧바로 다음 전화가 이어졌고, 센터 직원들이 바쁘고 조용하게 각자의 상담을 이어갔다.

 

“관리대상자 한 분에게 긴급 상황이 발생해서 바로 외래 진료를 동행해야 해요”, 전화를 끊자마자 관계자는 서류 등 필요한 자료를 챙기고 황급히 현장으로 향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날이 누군가에겐 힘들고도 벅찬 날이었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고의적 자해 사례’가 늘 반복되는 날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정혜선 동두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이 생명사랑 슬로건 공모전에서 당선된 문구가 적힌 고의적 자해 예방 홍보 스티커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소현기자
정혜선 동두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이 생명사랑 슬로건 공모전에서 당선된 문구가 적힌 고의적 자해 예방 홍보 스티커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소현기자

 

■ 경기북부, ‘고의적 자해’ 예방 위한 老·軍 특화 활동…동두천 대표적

 

경기북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1998년 24.0명으로 전국(18.6명)보다 높았다. 2023년까지도 꾸준히 전국 평균을 넘고 있다. 역대 최고치는 2009년 39.7명이었다.

 

경기α팀은 경기북부권으로 남양주시, 의정부시, 양주시, 구리시, 포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 8개 지역을 추렸다.

 

이곳은 여타 권역에 비해 노인 인구비율이 높기 때문에 고의적 자해 예방 활동도 ‘노년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주시의 ‘마음챙김 노인대학’, 구리시의 ‘똑똑! 안부 확인’, 남양주시의 ‘찾아가는 마음 돌봄’ 등이 대표적이다.

 

독특한 건 ‘군 장병’을 위한 활동들이다. 북부권 지자체들이 주요 군사도시 역할인 만큼 군 장병이 많은데, 그로 인한 고의적 자해 사망자도 많기 때문이다.

 

공공데이터포럼을 통해 확인한 군 내 고의적 자해율은 2011년 15.2명에서 2023년 12.3명으로 집계됐다. 소폭 감소하긴 했어도 여전히 10여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경기북부권에서는 군 장병을 위한 활동도 주력한다.

 

정혜선 동두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이 지역 내 한 군 부대에서 자살예방 생명지킴이교육 ‘보고듣고말하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 제공
정혜선 동두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이 지역 내 한 군 부대에서 자살예방 생명지킴이교육 ‘보고듣고말하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 제공

 

이 중 특히 집중한 지역은 ‘동두천시’다.

 

동두천시는 지난 2005년부터 10년 동안 군 내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 발굴을 위해 병사를 대상으로 한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신병교육대로 입소한 병사 200여명을 상대로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선별된 고위험군 병사 30여명을 그룹화해 1:1 상담으로 연계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장병이 자대 배치를 받아도 상담은 지속됐다. 이를 통해 군 입대로 인한 스트레스 등 어려움을 겪던 장병들이 관련 문제를 극복했다. 해당 기간(2005~2015년) 동두천시의 고의적 자해율은 45.7명에서 37.6명으로 줄었다.

 

이후 정책 다변화를 꾀한 동두천시는 고의적 자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게이트키퍼 ‘생명지킴이’ 양성을 통한 더 많은 고위험군 조기 발견을 목표로 교육 중점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군부대 신청을 통해 이뤄지는 교육은 연 2회로 구성돼 스트레스 관리와 생명지킴이 양성 등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며, 동두천을 넘어 타 지자체에 있는 군부대까지 교육 진행 요청까지 이어졌고 현재 각 지자체의 군 장병 대상 상담프로그램 마련의 발판이 됐다.

 

동두천시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부분 군장병들이 내면적 심리 치유와 더불어 고의적 자해 의향이 줄어들었다”며 “군 내부에도 고의적 자해에 대한 문제성을 인식해 적극적인 요청을 하는 만큼 군장병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천군자살예방센터에서 군부대를 대상으로 고의적 자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연천군자살예방센터 제공
연천군자살예방센터에서 군부대를 대상으로 고의적 자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연천군자살예방센터 제공

 

■ 연천도 ‘보호관심병’ 중심으로 한 예방 활동 주력

 

경기북부권의 특성을 모두 살려 ‘노령층’과 ‘군 장병’을 아우르는 곳도 있다. 바로 연천군이다. 전국에서 가장 빨리 세워진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바로 이곳에 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그만큼 연천군은 일찍부터 정신 건강, 나아가 고의적 자해 예방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먼저 농촌지역 특성을 살린 ‘마음심기’ 사업 등 여러 활동을 이어오던 연천군은 2022년 지역 내 여러 특성을 담은 ‘보담’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경제, 정신, 지역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연천군만의 고의적 자해 예방 특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추진된 내용이다.

 

이 사업은 추진 첫 해 지역 내 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지원을 펼쳤고 이듬해부터는 지역 내 군부대로 눈길을 돌려 장병을 대상으로 한 특화 활동을 전개했다. 관내 위치한 육군 제5보병사단과의 협력을 통해 막 입대한 훈련병을 비롯한 장병들을 대상으로 우울예방교육 등을 진행하며 고위험군 발굴에 노력한 것이다.

 

또 연천군은 의무대대와 맞손을 잡고 도움이 필요한 병사를 중심으로 심리지원 프로그램 ‘마인드키’ 사업도 병행했다. 초반엔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검사 및 예방 교육만 계획됐으나, 개입이 필요하다는 연천군자살예방센터의 적극적 설득으로 상담 등 ‘후속 지원’까지 이어지게 됐다. 결국 이는 군 안에서의 위험징후 발생 시 선제적 개입하도록 하는 일의 발판이 됐다.

 

이와 함께 연천군은 예방 활동의 효과성 증진을 위해 해당 병사가 제대 등으로 다른 지역 이동할 경우 해당 지역의 자살예방센터와의 연계까지 책임졌다. 그 외에도 지난해까지 ▲군 간부를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 스크리닝 사업 ▲1인 관사를 이용하는 장교 등을 대상으로 한 예방 캠페인 ▲1인 관사와 인근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고위험군 센터 프로그램 연계 등 ‘정책 세분화’를 통해서도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지난 2019년 45.8명을 기록한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2023년 31.3명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군장병 등을 대상으로 우울검사 등 검진을 진행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연 4회 상담 등 강화한 지원 프로그램 ‘마인드 리더, 쉼’ 사업을 시행 중이다.

 

정수진 연천군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지역적 특색을 살린 정책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과 군 장병 등을 지원하고 적응을 돕는 방향으로 고의적 자해 예방을 실시하고 있다”며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의 조기 발견과 더불어 정책 시행을 통해 얻은 자료 등을 기반으로 사업을 개선해 효과적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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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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