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이기는 한의약...‘생맥산·제호탕’ 입증 [알기쉬운 한의약]

조선 왕실 애용·국제적 효능 증명... 맥문동·오미자·인삼 구성 ‘생맥산’
생진 작용에 수분·체력 보충 효과... 갈증·노폐물 제거 효과적 ‘제호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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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준 한의사 동탄 함께걷는한의원

158개국 청소년들이 모였던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는 100년 잼버리 역사상 최초로 한의진료센터가 개설돼 세계무대에서 한의약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총 77개국의 환자가 다녀갔으며 필자가 의료진으로 참석했던 날도 하루 만에 285명이 찾을 만큼 국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여름 한국의 무더운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보니 여름철 질환에 자주 사용하는 ‘생맥산(生脈散)’과 ‘제호탕(醍醐湯)’의 수요가 특히 많았다. 이 두 처방은 정조대왕과 사도세자가 여름철에 복용하던 한약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생맥산을 여름철에 복용하면 기력이 샘물처럼 솟아난다고 한다. 평창 올림픽 공식 음료로도 선정됐으며 경옥고보다 낫다고 평가한 정조대왕의 기록도 있다. 생맥산은 맥문동(麥門冬), 오미자(五味子), 인삼(人蔘) 세 가지 약재로 구성돼 있다. 세 가지 약재 모두 생진(生津) 작용으로 여름철 소모된 수분을 보충해주는데 맥문동은 청열(淸熱) 작용으로 심폐의 과열을 해소하고 오미자는 수렴(收斂) 작용으로 수분 손실을 막으며 인삼은 보기(補氣) 작용으로 체력을 보충하는 효과도 있다. 여기서 핵심 약재는 맥문동으로 ‘본경소증’에 따르면 기름기가 많고 서늘해 건조한 것을 적셔주고 열을 풀어주는 약재다. 성분적으로도 맥문동의 루스코제닌은 소염과 혈관강화 작용으로, 오미자의스키산드린은 거담과 기관지 확장 작용으로 심폐의 과부하를 해소하며 인삼의 프로토파낙사트리올과 프로토판악사디올은 중추신경의 흥분과 억제를 도와 전신기능의 과부하를 해소한다. 잼버리에서 가장 많이 투여된 처방이 바로 생맥산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더위로 열이 뜨고 숨이 막히며 무기력 등의 탈진 증상을 호소했는데 생맥산 복용 후 회복돼 지속적으로 찾는 이들이 많았다.

 

동의보감에서의 제호탕은 더위로 생긴 답답함과 갈증을 풀어주는 처방이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수원화성 축성 당시 인부들에게 하사했으며 사도세자가 여름철 뒤주에 갇혔을 때 진상됐다는 기록도 있다. 제호탕은 오매(烏梅), 사인(砂仁), 초과(草果), 단향(檀香) 등 네 가지 약재로 구성돼 있다. 매실의 일종인 오매는 생진수렴(生津收斂) 작용으로 여름철 수분의 유지를 도우며 사인, 초과, 단향 세 가지 약재는 이기온중화습(理氣溫中化濕) 작용으로 위장의 운동, 온열과 노폐물 제거를 돕는다. 여기서 핵심 약재는 오매로 본경소증에 따르면 겨울철 냉기를 흡수하며 자라고 과즙이 풍부해 열과 갈증을 해소해주는 약재다. 성분적으로도 오매에는 구연산을 비롯한 각종 유기산이 풍부하여 피로 물질인 젖산의 처리를 돕고 위액 분비를 촉진한다. 사인, 초과, 단향에는 보르네올, 산탈롤 등의 휘발성분이 풍부한데 소화기능을 개선하며 항균작용도 뛰어나다. 잼버리에서 식욕부진, 설사, 메스꺼움 등 위장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는데 제호탕 복용 후 개선된 사례도 많았다.

 

놀랍게도 생맥산과 제호탕 모두 따뜻한 약재가 다수 함유돼 있다. 여름철 더위에 겉으로는 열이 몰리지만 체내 에너지 생산은 감소해 속은 오히려 차가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름철 냉면집에서 따뜻한 육수를 함께 주는 것도 이러한 원리다. 조선 왕실에서 애용했고 국제 무대에서도 증명된 생맥산과 제호탕으로 무더운 여름철 이겨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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