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경기민예총 이사장
우여곡절 끝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진짜 대한민국’을 표방하며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K-컬처를 통한 신성장 에너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당면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소위 ‘잘사니즘’을 실현하기 위해 현 정부는 대선 시기에 세 가지 성장 에너지를 제시했다.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그리고 K-컬처다. 문화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중요한 영역이라는 인식 아래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이다.
문화의 힘을 이처럼 중요하게 인식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매출액은 153조원에 달한다. 문화 콘텐츠를 잘 만들어 세계시장을 점유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며 미래 먹거리를 생산하는 전략은 현 시대에 부합한다. 현대 산업은 제조업 기반 산업 시대에서 지식 기반 산업 시대로, 다시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발전해 왔다.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지닌 창의성이다. 창의성의 힘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이를 위해 창의적인 K-컬처 산업을 육성하는 일은 타당한 성장 전략이다.
그러나 K-컬처는 문화산업 시스템 자체에 대한 투자와 육성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통해 창의적 시도와 도전을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는 예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K-컬처 활성화의 전제이자 본질이다. K-컬처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힘은 기술이 아니라 창의적 서사와 보편적 공감대 형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시대적 아픔에 대한 공감과 성찰 없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불가능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 격차에 대한 통찰과 풍자 없이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작품상 및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동반돼야 K-컬처가 세계 시장에서 이른바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이는 현 정부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사실이다.
또 지역문화를 진흥하고 생활문화를 육성함으로써 국민들의 삶이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문화’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양식이며 함께 공유하고 지켜 나가는 가치 체계다. 지난 정부 때 ‘지역문화진흥원’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문화를 창조하는 일이 중단되고 관료가 주도하는 분위기로 변해 버린 것이다. 새로운 정부는 이를 빠르게 복구해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문화자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주도성과 창의성이 발현되는 문화가 형성되고 창의적인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다. 창의적인 인물이 많아야 K-컬처가 성공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K-컬처 성공의 두 번째 조건은 바로 지역문화 진흥과 생활문화 육성을 통해 ‘문화자치’ 시대를 여는 것이다.
기초예술에 대한 강력한 지원, 지역문화 진흥 및 생활문화 육성을 통해 문화자치 시대로 나아가는 변화야말로 K-컬처 성공의 전제이자 본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재명 정부의 문화 정책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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