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멎은 곳, 충성도 멈췄다… 빛바랜 6·25전쟁 ‘격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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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조차 없는 광주시 격전지 추정 장소. 김시범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75년 전인 1950년 6월25일,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났고 그 아픔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기 지역도 전쟁의 상흔을 피하지 못했지만, 대다수의 격전지는 교육 현장에서 잊혀지고 방치되는 실정이다.

 

경기일보는 6.25 전쟁 75주년을 맞아 경기도내 격전지의 현실과 그에 대한 교육 필요성에 대해 짚어봤다.

 

■ 기념·홍보 부족에 잊혀지는 경기 지역 격전지

 

6.25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경기도내 격전지 상당수가 기념·홍보 부족으로 잊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내 6.25전쟁 관련 현충 시설은 모두 129개다. 크게는 전쟁 기념관, 작게는 현충탑과 작은 비석 등을 모두 합친 숫자로, 이외 전쟁의 상흔을 안은 지역은 국가보훈부,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일례로 광주시 곤지암읍 ‘194고지’는 전쟁 당시 국군이 북한군과 치열한 고지전 끝에 국토를 지킨 격전지가 있지만 이를 알리는 기념물은 물론, 표식 조차 보이지 않았다.

 

광주시 주민 A씨는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몇년 전 유해발굴까지 이뤄졌기에 당연히 기념비라도 설치될 줄 알았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며 “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알려져야 하지 않나”고 반문했다.

 

평택역도 미군 오폭 사고 등 아픔을 안고 있지만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주민 B씨는 “이곳이 전쟁을 딛고 번화한 만큼 아픔의 역사를 간직하기 위한 기념 시설,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훈부 관계자는 “현재 전국 단위 전쟁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별 격전지 기념 사업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관계자는 “경기 지역 거의 모든 곳이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지역, 시설에라도 호국용사를 기릴 수 있도록 해 시민들이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배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우리 지역 상흔…“현장 중심 역사교육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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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이 거의 없는 하남시 6·25전쟁 참전기념비. 김시범기자

 

경기도내 수많은 6.25 전쟁 격전지가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거시적 역사교육 외 지역별 격전지는 가르치지 않아 전쟁의 상흔이 잊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험을 토대로 한 교육 효과가 교과서 중심 교육 대비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 올바른 역사 인식 함양을 위한 지역 현장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독도 탐방 등 독립운동사 관련 현장교육이 일부 진행되는 것 외 6.25 전쟁 관련 현장 연계형 교육 과정은 편성돼 있지 않다.

 

한국사가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필수 응시 과목에 지정되는 등 중요성은 커졌지만, 교육 과정 자체는 아직도 교과서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일선 교육계는 근거 제도 미비로 실제 현장 교육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경기도내 한 교사 C씨는 “학생들에게 지역의 격전지에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학년별 수업 일수 확보, 근거 규정 미비로 실천은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이 지역별 현장 연계 교육을 제공해야 하며, 실제 교육 효과도 교과서 학습보다 클 것이라고 제언한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학생에게 현장 교육은 학습 효과가 극대화됨은 물론, 향후 가치관 및 역사관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교육 당국이 제도를 적극 개선해 ‘내 지역 격전지’ 역사 교육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장 중심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관련 교육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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