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1천500만 시대… 속 빈 강정 ‘펫보험’ [보험, 위기와 기회 사이③]

89% 펫보험 인지, 고작 11.9% 가입...주요인 보험료 오르고 보장 까다로워
개·고양이 집중·병원 진료비 제각각...정확한 진료 항목·지급 기준 선행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로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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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인구 1천500만 시대. 펫보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소비자 신뢰와 가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험료는 오르고 보장은 까다로워지는 반면, 진료비는 병원마다 들쭉날쭉해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펫보험 신규 계약 건수는 10만9천건으로, 전년(7만3천건)보다 49.3% 증가했다. 전체 보유 계약은 약 13만3천건으로, 2018년 7천5건과 비교하면 20배 가까이 늘었다.

 

시장 외형은 빠르게 커졌지만, 실질적인 이용률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1.7%로, 스웨덴(40%)·영국(25%) 등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 인식과 실제 가입 간 괴리도 크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반려동물보고서’를 보면 반려가구의 89%가 펫보험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가입률은 11.9%에 그쳤다. ‘보험료 부담’(48.4%)과 ‘보장 범위 협소’(44.2%)가 주요 이유로 꼽혔다.

 

업계에서는 펫보험이 개와 고양이에 집중돼 있고, 가입 가능 연령도 대부분 만 10세 이하로 제한돼 있어 고령 반려동물이나 특수 반려동물은 사실상 보장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지적한다.

 

진료비 표준화가 미비한 점도 불신을 키운다. 병원마다 진료 항목과 수가가 달라 보험금 산정에 혼선이 생기고, 비급여 비중이 높은 탓에 실손형 보험임에도 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시장 구조 역시 비경쟁적이란 비판이다. 메리츠화재, DB손보, 삼성화재, KB손보, 현대해상 등 대형사가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고, 소액단기보험사나 반려동물 특화 보험사의 진입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 같은 독과점 구조는 상품 다양성 부족과 혁신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손해율이 급등하자 보험사들은 연간 보장 한도를 줄이고, 자기부담률을 최대 30%까지 상향했으며, 갱신 주기를 1년 단위로 단축하는 등 구조 개편에 나섰다. 이로 인해 고령 반려동물의 지속 보장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정부가 진료비 표준화와 보험 청구 전산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권고 수준에 그쳐 실효성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펫보험이 반려생활의 실질적 안전망이 되기 위해선 제도 보완과 시장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펫보험 시장이 지속 가능성을 갖기 위해선 비표준화된 진료 항목 정비와 함께 보험금 지급 기준의 명확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디지털 청구 시스템과 정보 공개 확대, 고령 반려동물을 위한 맞춤형 상품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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