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이 너무 넓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말이다. 들어 넘기기에 편한 표현은 아니다. 그 상대가 한국은행 총재라서 더 그렇다. 2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했다. “할 말 있으면 대통령 면담을 신청하든가 대통령실에 조용히 전달하면 되지 언론플레이 할 일은 아니다.”, “자숙하고 본래 한은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흔히 본 적 없는 여당 지도부의 한국은행 총재 직격이다.
23일 있었던 이창용 총재 발언을 지목했다. 18개 시중은행장들과의 만찬에서 나왔다. “주택 시장 및 가계대출과 관련한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지 않도록 은행권의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기”라고 당부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이다. 5월 말 대비 3조9천937억원 증가했다. 일평균 대출 잔액 증가액이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다.
한국은행 총재가 말할 수 있는 영역 아닌가. 시중은행장들과의 회동 자리니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 위원은 ‘오지랖’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이 위원 지적의 근거는 한국은행 총재 발언의 중량감이다. “시장 구두개입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목받을 만한 이 총재의 발언이 몇 개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국민 민생지원금 지급 관련이다. 추경에 포함될 민생 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말했다.
알다시피 전 국민 민생지원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새 정부 출범 첫 주부터 당정이 밀었다. 균등 지원, 선별 지원, 선택 지원 등이 토론됐다. 그 와중에 18일 보도된 이 총재의 견해다. “재정 효율성 면에서 볼 때 선택적인 지원이 보편적인 지원보다 어려운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를 돕는 데 효율적이다.” 물가안정 점검 설명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대통령 결정에 대한 주제 넘는 관여’로 비쳤나.
어느 것이든 딱히 트집 잡을 일은 아니다. ‘은행의 은행’인 한국은행이다. ‘가계부채 관리’를 당부할 수 있다. 18일 발언도 기자 질문에 낸 답변이다. 대통령의 결정도 그 뒤 ‘선택 지원’으로 갔다. 그럼에도 이 위원에겐 ‘경고해둬야 할 행위’로 보인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파월은 곧 물러나게 된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형편없다.”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낮설다. 그 어색한 모습을 이언주 최고위원이 연결시켜 줬다. 이 위원 개인의 일회성 의견 표현일 수는 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 당의 방향성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국회(입법)·정부(행정)를 장악한 이재명 정부다. 가장 큰 정책 방향이 통화를 통한 국정 운영이다. 이 통화 정책의 수장이 한국은행 총재다. ‘관리’가 필요했다고 여겼을 수 있다. ‘오지랖’의 당사자격인 한국은행에는 더욱 그렇게 해석됐을 수 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