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民 ‘이창용 총재 오지랖’, 한국은행 길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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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창용 한국은행 총채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강태영 농협은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이사,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황병우 아이엠뱅크 은행장,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가운데줄 왼쪽부터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 이환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백종일 전북은행장, 신학기 수협은행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뒷줄 왼쪽부터 정진완 우리은행장, 김태한 경남은행장, 최우형 케이뱅크은행장, 이희수 제주은행장. 연합뉴스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말이다. 들어 넘기기에 편한 표현은 아니다. 그 상대가 한국은행 총재라서 더 그렇다. 2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했다. “할 말 있으면 대통령 면담을 신청하든가 대통령실에 조용히 전달하면 되지 언론플레이 할 일은 아니다.”, “자숙하고 본래 한은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흔히 본 적 없는 여당 지도부의 한국은행 총재 직격이다.

 

23일 있었던 이창용 총재 발언을 지목했다. 18개 시중은행장들과의 만찬에서 나왔다. “주택 시장 및 가계대출과 관련한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지 않도록 은행권의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기”라고 당부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이다. 5월 말 대비 3조9천937억원 증가했다. 일평균 대출 잔액 증가액이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다.

 

한국은행 총재가 말할 수 있는 영역 아닌가. 시중은행장들과의 회동 자리니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 위원은 ‘오지랖’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이 위원 지적의 근거는 한국은행 총재 발언의 중량감이다. “시장 구두개입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목받을 만한 이 총재의 발언이 몇 개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국민 민생지원금 지급 관련이다. 추경에 포함될 민생 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말했다.

 

알다시피 전 국민 민생지원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새 정부 출범 첫 주부터 당정이 밀었다. 균등 지원, 선별 지원, 선택 지원 등이 토론됐다. 그 와중에 18일 보도된 이 총재의 견해다. “재정 효율성 면에서 볼 때 선택적인 지원이 보편적인 지원보다 어려운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를 돕는 데 효율적이다.” 물가안정 점검 설명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대통령 결정에 대한 주제 넘는 관여’로 비쳤나.

 

어느 것이든 딱히 트집 잡을 일은 아니다. ‘은행의 은행’인 한국은행이다. ‘가계부채 관리’를 당부할 수 있다. 18일 발언도 기자 질문에 낸 답변이다. 대통령의 결정도 그 뒤 ‘선택 지원’으로 갔다. 그럼에도 이 위원에겐 ‘경고해둬야 할 행위’로 보인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파월은 곧 물러나게 된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형편없다.”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낮설다. 그 어색한 모습을 이언주 최고위원이 연결시켜 줬다. 이 위원 개인의 일회성 의견 표현일 수는 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 당의 방향성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국회(입법)·정부(행정)를 장악한 이재명 정부다. 가장 큰 정책 방향이 통화를 통한 국정 운영이다. 이 통화 정책의 수장이 한국은행 총재다. ‘관리’가 필요했다고 여겼을 수 있다. ‘오지랖’의 당사자격인 한국은행에는 더욱 그렇게 해석됐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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