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구리 동구릉옆 산림훼손 '방치'…당국 뒷짐만

2023년부터 최근까지 무단 벌목, 토지 평탄화작업… 市, 단속 사각
책임 규명·복구 계획 외면 원성
문화재보호구역 인접지 깊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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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 인창동 동구릉(사적 제193호) 옆 산림이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독자 제공

 

구리 인창동 개발제한구역인 동구릉 옆 산림이 불법으로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사적 제193호인 동구릉과 가까우며 동구릉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9기 17위의 왕과 왕비 묘소가 있다.

 

1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구리시 인창동 동구릉 옆 개발제한구역인 구릉산(검암산)에서 2023년부터 최근까지 나무가 대규모로 베어지고 토지 평탄화작업 등도 진행되는 등 무단 벌목과 개발행위 등으로 산림이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이곳은 자연경관지역으로 문화재보호구역과도 인접해 엄격한 관리와 보존 등이 요구되고 있지만 시 관련 부서(도시계획과 녹지관리팀)는 단속은 물론 구체적인 훼손 규모, 책임 소재, 복구 계획 등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동구릉 주변은 문화재보호법과 산지관리법에 따라 개발이 제한되는 지역인데도 사전 허가 없이 공사가 진행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당국의 관리·감독이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 A씨(58)는 “동구릉은 구리의 자랑이자 세계적 문화유산인데 바로 옆에서 숲이 파괴되고 있다. 당국은 이를 방관만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B씨(47)도 “개발이 필요해도 이곳은 개발제한구역이고 최소한 문화재와 자연을 지키기 위한 절차와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재 전문가들도 산림복구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동구릉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조선의 역사와 풍수지리 철학이 담긴 공간이다. 주변 산림은 동구릉의 문화적·생태적 가치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라며 “즉각적인 훼손 중단과 원상복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이고 문화재보호구역과도 지척이다. 산림훼손 신고는 접수했다. 1~2차 계고와 원상복구명령을 내리고 현장을 확인한 후 관련 부서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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