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열 명의 애국자

/道 농정국장 유도형

최근 보도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발간자료에 의하면 세계의 기아인구는 8억4천만명이고, 이 가운데 7억9백90만명이 개발도상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해마다 전세계에서 5세 미만 어린이 6백만명이 굶어죽는다는 것이다. 가까이는 북한에서도 배고픔을 참지 못한 주민들의 탈북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류가 농업을 영위해온지 1만년 이상 되고 그 동안 농업혁명이라고 할만큼 생산성이 향상된 오늘, 지구촌 곳곳에서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이처럼 많다는 것은 인류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80년대 이후 농가와 농가인구가 계속 감소해왔다. 1980년 215만5천호이던 농가는 2001년에 135만4천호로 줄고, 같은 기간 농가인구는 1천82만7천명에서 393만3천명으로 줄었다. 전체인구에서 농가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80년 28.4%이던 것이 2001년에는 8.3%로 줄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우리 농업의 위기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농촌인구가 더 줄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어느 입장에 있던 간에 분명한 것은 농업이 여전히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라는 점이다. 사실 지난 세기 산업화과정에서 우리 농업이 기여한 부분은 적잖다. 도시로 나온 이농인구는 도시근로자로서 산업화에 기여했고, 우리나라 공업의 생산성 향상은 저임금-저곡가 구조의 기반 위에서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다.

농가와 농가인구가 계속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쌀 생산량은 일정규모를 유지해왔다. 1981년 506만2천975t이던 쌀 생산량은 2001년에는 551만4천7백96t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생산기술의 진보와 우리 농업인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쌀이 남아돌고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농업의 생산성이 더욱 높아져야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것이 그 동안 해온 농민들의 노력을 폄하하자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경기도가 이 시대 최고의 농어민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농어민 대상’ 수상자들을 선정하여 표창하는 것은 농어민의 사기 앙양과 농업경쟁력을 향상시켜 복지농어촌 건설을 앞당기겠다는 취지에서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경기도농어민 대상’은 부문별로 한 명씩 총 10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물론 각 시·군의 추천과 도 농정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심의·의결을 거친 분들이다. 고품질 쌀 생산 부문의 정덕희씨(이천)는 농어민후계자로써 6.7ha의 영농을 하면서 질소 등 화학비료를 30% 절감하여 고품질 쌀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경기미 홍보와 품질향상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특작가공분야의 이종노씨(화성)는 대학시절부터 농업에 뜻을 두고 허브 재배와 가공기술 개발로 소득증대는 물론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밖에 과수·화훼 채원병씨(파주), 채소 이세영씨(평택), 수출농업 고양시영농조합 한국농원, 환경농업·신기술 안성마춤회, 대가축 김희동씨(포천), 중·소가축 조윤상씨(양주), 수산 오성환씨(용인), 임업 부문 정만수씨(광주) 등이 영광의 얼굴들이다. 이들은 해당분야에서 생산성 향상과 농업경쟁력 제고에 땀흘린 분들이다. 이 분들은 우리 농촌도 살만한 곳이며, 우리 농업도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만천하에 알린 사람들이다.

앞으로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우리 농업의 미래도 결국은 이들의 머리와 손에서 달려있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아사자(餓死者)가 속출하는 우울한 현실에서 우리나라가 그나마 식량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도 이분들과 같은 농어민 애국자 덕분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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