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솔로몬의 선택

공공연히 사람이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명쾌하면서도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는 법관은 판결로서 말하지만 그 속에는 정의를 향한 법관의 고뇌와 가치관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법치국가에서 판사는 존경과 경외의 대상인 것과 동시에 그만큼 책임이 뒤따를 것이고 공정한 판결을 위하여 언제나 외로울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정보화, 기호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는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여 남이야 어떻게 되든 이웃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며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수법이 날로 다양하고 지능화되면서 선악을 구분하는 판사의 어깨는 더욱 더 무거워질 것이다. 더욱이 판사의 판결은 돌이킬 수 없는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거짓 같은 진실과 진실 같은 거짓 사이를 넘나들며 통찰하고 있을 것이다.

공정하고도 지혜로운 판결로 손꼽히는 기독교 구약성서에 나오는 솔로몬 왕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날 솔로몬 왕에게 한집에 살고 있던 두 여인이 갓난아기를 안고 와서 서로 자기 아이라고 우기면서 솔로몬에게 이른바 판결을 요청했다. 한참 고민을 하던 솔로몬은 누가 친어머니인지 특별한 증거가 없으니 공평하게 둘로 나누어 가지라고 하면서 신하에게 칼을 가져오게 한다. 왕의 명령에 따라 칼을 들고 아기를 토막내려고 하는 순간 한 여인이 가로막으며 아이를 포기하겠으니 제발 아이를 죽이지 말라고 애원했고 다른 여인은 왕의 명령대로 아이를 둘로 갈라서 라도 나누어 달라고 했다. 이때 솔로몬은 아이를 살려 달라고 애원한 여인이 진짜 어머니임을 판결한다. 친어머니라면 비록 아이를 남에게 주더라도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솔로몬의 판결은 모성애라는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에서 나온 지혜로운 판결로 수준 높은 정신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다면 재판은 신생아를 향하여 칼을 드는 어쩌면 무모한 일은 벌이지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도 솔로몬의 일화와 유사한 친생자 확인 소송이라는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보편적으로 유전자 감식을 이용하여 나온 결정적인 결과로 부모자식의 관계를 맺기도 하고 그동안의 인연을 끊고 남남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사람의 체세폭속에서는 생김새와 크기가 같은 염색체가 쌍을 이루고 있는데 반은 아버지로부터 나머지 반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고유의 유전자이므로 사람의 혈액, 침, 머리카락 등을 채취하여 유전자 감식을 통하면 친생자관계를 간단히 식별할 수 있다.

고대시대의 솔로몬의 선택은 미묘한 사람의 심리와 정서를 투시하여 읽어내고 극적인 재판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독단에 빠지지 않고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사고하여 대의로 통찰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결단이야말로 시대를 거슬러 본받아야할 수준 높은 정신적 세계이다.

오는 19일은 새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당선자에 따라서 국가의 미래가 틀려질 수가 있지만 그것의 최종적인 결과에 대한 선택은 선거권이 없는 자를 제외한 20세 이상 국민의 판단으로 유보되어 있다. 대선 후보 모두는 자신만이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새 대한민국을 창출하여 민족을 이끌어갈 새시대의 새지도자라고 목소리가 드높다. 솔로몬의 재판은 거짓말로 일관하며 아이를 차지할 욕심만으로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던 여인과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눈 앞에 있는 자신의 자식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여인 사이에서 모성애를 꿰뚫어 명 판결을 이끌어 낸 솔로몬처럼 지금 우리 국민 모두에게는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아무런 거짓없이 목숨까지 내어 줄 수 있는 진정한 대통령 후보를 가리는 마음의 눈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무리 유전자 감식을 해보아도 국민들의 풍요로운 미래와 안녕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대통령의 감식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단지 국민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을 후보들에게 좌로 우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하고 지혜로운 국민들의 후회 없는 선택이 있을 뿐이다.

/권성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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