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난한자들에 축복을...'

“하늘높은곳에는 하느님께영광,

땅에서는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가 2, 14)

우리에게 오시는 구세주 아기 예수께서

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과 가정에

은총과 평화를 가득히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우리는 천사들의 입을 통하여 “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나셨다”(루가 2, 11)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환호하며 목동들처럼 말구유로 달려가 아기 예수님께 경배를 드립시다!

우리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하느님의 아들이 몸소 사람이 되시어 인간 세상에 오셨습니다. 이는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께로부터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지를 말해 줍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기뻐해야 할 일입니까!

예수님의 성탄은 이처럼 하느님께서 인류구원을 위해 직접 역사 안에 결정적으로 개입하신 사건입니다.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죄를 범하며 살아갑니다. 하느님 아닌 우상과 재물을 더 섬기고, 욕망에 따라 마음대로 살아갑니다. 사랑자체이신 하느님은 이런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아 그리스도와 함께 당신의 생명과 영광과 행복을 물려받을 상속자로 삼고자 하십니다(로마 8, 17 참조).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요 구원 계획입니다. 바로 여기에 인간 존엄성이 있습니다(사목헌장 19 참조).

구세주 예수께서 당신의 탄생을 통해 보여주신 사랑과 겸손의 모범을 본받고 실천한 예는 복지시설들은 물론이고 그밖에도 교회 안에서, 소공동체에서, 직장에서, 청소년들 가운데에서, 성가정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노숙자들이 많을 때에 그들을 보다 잘, 깊이 이해하기 위하여 역에 가서 노숙자들과 같이 잠을 잔 사제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 출소자들이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폐식용유를 이용한 저공해 비누공장 ‘밝음터’와 장애자들을 위한 공장인 ‘개미산업’ 그리고 교구가 운영하는 저소득층들을 위한 자활센터 등이 그런 것들입니다. 이런 곳들이 바로 예수 탄생의 신비, 강생의 신비를 살아가는 모습이요, 하느님의 사랑, 교회의 사랑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아기 예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하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로서 위에서 본 예와 같이 스승이신 예수 탄생의 신비를 살아가도록 노력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즉,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우리 자신이 ‘작은 예수’가 되어 그들 가운데에, 그들 중 하나로 태어나는 생활을 해나가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교구민들이 다음 세 가지를 함께 실천해 주기를 권고합니다. 수원교구는 올해 시노두스 결정문인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실현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위의 두 주제는 수원교구민 전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택한 것입니다. “백성의 소리는 하느님의 음성(Vox populi vox Dei)”이란 격언처럼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하여 우리 자신이 ‘작은 예수’가 되는 것이 예수 성탄을 참으로 감사하며 사는 길입니다.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객관적인 “진리”보다는 구체적인 “삶”을 더 중요하게 보고 믿는다는 것과 ‘주 5일 근무제’로 인한 여가선용이란 차원에서 모든 신자들이 복지활동에 참여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이런 것들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야말로 구세주 예수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하며 그분의 제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요 성탄의 신비, 강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친애하는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

우리를 구원하러 오시는 예수님을 기쁘게 영접합시다. 그리고 성탄의 신비, 강생의 신비를 살아감으로써 우리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작은 예수’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탄생하시는 예수님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02년 성탄절에

천주교 수원 교구장 최 덕 기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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