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단 하루, 한 시간 변하지 않고 우리 옆을 스치는 시간은 없다. 우리는 늘 변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변화를 실감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 구름은 늘 그렇게 떠 있고, 나무는 늘 그렇게 제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 구름이 어제의 구름이 아니고, 서 있는 나무 속에서는 변화를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있음을 알고 있다.
돌이켜 보면 변화의 흐름을 빨리 인식하고 이에 적응한 사람들은 역사의 주역이 되었고, 그 기류를 감지하지 못한 채 과거와 기득권에 집착했던 수많은 개인, 사회, 국가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 채 마무리되었다. 대선 당일 출구조사가 발표되기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리라고 자신있게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변화를 원한 국민들은 그를 선택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 변화의 흐름을 노 당선자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어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여기에 거시적 안목과 미시적 안목의 조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 대선의 결과는 반만년 역사와 같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권위주의 사회에서 수평적 분권사회로의 변화를 알려주는 서곡이다. 우리는 그동안 오랜 유교주의 전통에 따른 장유유서의 가부장적 위계질서에 익숙해 왔지만 해방 이후 자유주의 물결 속에 꾸준히 민주주의의 성장을 이루어 왔다. 해방이후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 대통령직선제 문민정부, 그리고 국민의 정부로 이어져 왔고 이제는 국민의 정부를 넘어선 평등주의적인 정부까지 선택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의 길목에 서 있다. 노 당선자를 21세기 첫 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숫자의 바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적으로는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가 분출하고 있고 국외적으로는 중동의 이라크에서 감도는 전운과 북한의 핵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질서가 재편되려고 하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리더십의 창출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기이다.
그러면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국운 상승의 계기가 되는 한 해가 되기 위한 리더십의 요건은 무엇일까. 세가지만 요약하면, 첫째는 지적자극을 수용할 줄 아는 유연성이다. 중국 고전 노자의 道德經’에서 ‘어린 새순은 부드러워서 쑥쑥 자라지만 딱딱한 고목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와 같이 정권이 자리잡고 틀이 짜여지면 경직되기 쉬워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기도 어렵고 또 시행과정에서도 기득권층 등 이해 당사자들의 관여로 어려움에 부딪히는 것을 우리는 종종 보아왔으므로 정권 초기단계에서부터 국정과 사회 변화의 틀을 잘 짜고 운영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는 균형감각이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제로섬(Zero Sum) 사회이다. 즉 어느 한 쪽이 이익을 보게되면 다른 한 쪽이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대표적 실정으로 꼽히는 것이 의약분업인데, 이번 대선 TV토론에서도 밝혀졌듯이 세 후보 모두 의약분업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각론에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였다. 의약분업의 예에서 보듯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칙이 세워져야 하고 여기에는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리더란 어려운 것이며, 리더에게 냉철한 균형감각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는 의사소통 능력이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따르라’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러한 일방적인 리더십은 상대방에게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타인을 배려함은 물론 중지를 모아 취합할 줄 아는 리더십을 위해서는 의사소통 능력이 절실히 필요해지는 것이다.
이제 온 국민들이 기대에 찬 새해를 맞이했고 곧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다. 지난 월드컵이 우리에게 국운융성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면 금년 새해엔 우리나라의 국운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한 새해이다.
/가평부군수 이병걸
/고창수기자 csk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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