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보건위생산업 선진국수준 향상기회로

국제연합(UN) 산하 전문기구들중 1948년에 창설된 세계보건기구(WHO)는 53년의 역사와 192개 회원국, 5천여명에 달하는 보건전문인력, 연간 22억달러에 달하는 예산, 업무 범위와 실적, 시스템 운영 등의 측면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이 있는 전문기구이며 명실공히 보건·의료분야의 최고 국제기구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1830년 유럽 전역의 콜레라 발생과 1897년 수만명의 페스트 유행 등 대규모의 전염병 창궐을 계기로 전세계적인 보건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1923년에 설립된 국제연맹 시절의 보건기구와 1909년 파리에서 설립된 국제공중보건사무소의 업무를 이어받아 1948년에 헌장이 발표되면서 WHO가 발족되었다. 그간 WHO는 천연두 박멸, 말라리아, 장티푸스, 황열, 홍역 ,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파상풍, 결핵 등의 예방사업 등을 비롯하여 인류의 건강수준을 향상시켜 사회·경제적으로 생산적인 삶을 영위토록 한다는 목표 아래 많은 보건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왔다.

이러한 거대한 조직의 WHO, 제6대 사무총장에 우리나라의 이종욱 박사가 선출된 것은 개인의 명예보다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인의 명예이며, 국가의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국제기구 선출직에 한국인 최초의 수장(首長)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유엔산하 전문기구들 중 가장 큰 기구의 대표라는 점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것이며, 향후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가 아주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인류의 건강수준 향상과 지구촌 질병 퇴치에 헌신해 온 이 조직의 최고 책임자가 한국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자긍심을 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국가적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막중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위상을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높여가면서 현재 연 417만달러의 WHO 예산분담금(0.99%)부터 늘려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1949년 17번째로 WHO에 가입하여 그동안 각종 전염병 예방 지원과 의약품 지원 등 기술 원조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는 이번 이 총장의 선출을 계기로 예산분담률의 향상, 후진국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통해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위상을 향상시킬 계기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보건의료학과 바이오산업, 백신산업 등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1995년 WHO 백신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세계 인구 1만명당 1명 이하로 소아마비 유병률(有病率)을 떨어뜨리는 성과를 올려 미국의 유명한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으로부터 ‘백신의 황제’(vaccine czar)라는 별명을 얻은 이 총장이 히포크라테스의 봉사정신을 발휘하여, 북한을 비롯한 모든 인류를 가능한 최상의 건강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WHO 정책 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를 위해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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