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뉴브강의 물결

아침 일찍 일어나 필자가 묵고 있는 다뉴브 온천호텔 곁을 흐르는 다뉴브강가로 산책을 나간다. 강물의 유속이 생각보다 빠르다. 강의 흐름을 유심히 관찰하며 9세기 마자르족 추장이 당시 강유역에 거주한 게르만족을 몰아내고 나라를 건설하였을 것이다.

필자가 머물고 있는 도나우 온천호텔은 우리나라의 여의도에 해당하는 강안의 섬에 위치하고 있는데 전면으로는 합스부르크왕가가 건설한 부다성과 어부의 요새등이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영국의 국회의사당과 견줄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한 신고딕 양식의 국회의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원래 부다페스트는 다뉴브강을 사이로 서쪽의 부다지역과 동쪽의 페스트지구로 나누어져 상호왕래가 없었으나, 최초의 세치니 다리(일명 체인브리지)가 놓이면서 양쪽의 교류가 활발해졌으며, 결국 한 도시로 합쳐져 도시명도 부다페스트가 된 것이다.

헝가리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헝가리야말로 동·남·중부 유럽의 센터에 위치하여 앞으로 유럽지역 발전의 중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곳 경제교통성의 중소기업총국장을 만났다. 내년 5월로 예정된 헝가리국의 EU가입에 자신감을 가지고 신제도의 정비, 시스템의 구축, 각종 법령의 제·개정등으로 대단히 바쁜 가운데 중소기업(이곳 EU기준으로 250명 종업원 기준)의 경제·산업 및 무역에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헝가리는 물류기지의 건설, 고속도로 등 교통망 확충, 세제의 정비 등으로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삼성, LG, 기아 등에서 미래를 향한 투자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간을 내어 이곳 투자청 CEO Peter Redzsky를 만났다. 투자관련 협력분야이야기를 나누면서 필자는 최근 헝가리 인건비의 상승(약 500 EU/월)등으로 떠나가는 외국인 다국적기업의 상황을 물어보았다. IBM의 철수라든가 필립스의 조업중단, 푸조의 슬로베니아에로의 투자결정등 몇가지 네거티브한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우려와 대책 등에 관한 것이었다. CEO는 IBM과 필립스는 철수가 아니라 일부 품목의 생산중단이고, 여기서 경쟁력이 없는 품목에 대한 중국이전이므로 큰 문제는 없다고 하고, 경제란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겠느냐는 달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외국인투자의 최적조건으로 첫째 기후, 둘째 원자재공급, 셋째 양질의 인력, 넷째 원활한 물류, 다섯째 시장, 여섯째 기술공급의 편의성 등을 들고 헝가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 내년 25개국으로 늘어나는 EU가입국의 영향력과 우리나라가 가질 수 있는 비교우위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기후, 기술, 원자재 공급문제와 물류, 인력, 시장의 규모 및 다양성은 우리나라도 하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유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정부에서 동북아 물류중심국가건설을 정책목표로 삼고 기업하기 편한 제도의 기반조성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방향을 매우 잘 설정했다고 보여진다.

약 13년전 필자가 제네바에 근무하고 있을 때 헝가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부다성 앞 어디엔가 차를 주차하고 잔디밭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애들이 뛰어놀았다. 그때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그 지독한 매연이었다. 우리들의 옷에 시커먼 검댕이가 붙고 온통 애들의 옷이 검정색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구식 라다자동차에서 캬브레타방식으로 처리된 매연연기는 아름다운 부다페스트를 오염 시켰는데 세월이 흘러 지금 와보니, 아주 체계화되고, 깨끗한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유목민족인 마자르족(훈족)이 9세기에 건설한 도시가 합스부르크가의 통치와 양차의 세계대전을 거치고, 구소련 위성국에서 독립하면서 새로운 자유경제체제로 거듭나고 있는 헝가리, 우리들과 어순도 같고 어쩌면 우랄알타이계 동양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직한 헝가리, 21세기를 함께 살아가는 한국과 함께 공동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오늘도 그때의 도나우강은 빠른 속도로 흑해를 향해 흘러내리고 있다. 아, 아름다운 다뉴브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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