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 꽃동네에 가면 건물 현관에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던 내가 나이 70이 되고 보니 마음에 다가올 뿐 아니라 몸으로도 느낄 수가 있다.
젊은 나이엔 어려운 가정 형편이 불만스러워 ‘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 명동 한복판에 코라도 박고 돌아가셨다면 보상금이라도 타서 쓸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주위 모든 사람과 일에 감사할 뿐인데 말이다.
지난 날 나라살림이 어렵고 가난하여 월급도 제대로 못받고 기를 못펴고 살았어도 아이들 교육은 열과 성의를 다했었다. 그 결과로 아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공헌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감사함을 느낀다. 나 또한 공직 생활에서 명예롭게 퇴직하고 연금으로 어렵지 않게 살아가고 있으니 사회와 이웃들에게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독일에서 유명한 재상을 지낸 사람이 젊었을 때 시골 여관에 묵게 되었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누군가가 신발을 훔쳐가 난처한 일을 당하게 되었다. 잃어버린 신발 때문에 화가 나서 훔쳐간 사람을 욕하고 저주하는 것을 보다 못한 친구가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기 위해 함께 교회를 찾아갔다. 교회에서 기도하는 이들 중에 두 다리를 잃은 사람의 기도 소리를 듣게 되었다.
“하나님! 교통 사고로 양다리를 잃었으나 양팔을 남겨주신 것은 이 양팔을 이용하여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참뜻이 있는 것으로 믿사오니 저에게 더욱 강한 힘과 봉사의 기회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는 눈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크게 감동하고 뉘우쳐 일생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기에 어려웠던 독일을 부흥시키는데 큰 공헌을 하고 역사에 기록될 수 있었다 한다.
또한 외국 어느 사회학자의 실험 결과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간사하고 매사에 감사할 줄 모르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이 사회학자는 어느 작은 마을을 선정하여 일주일간 집집마다 백불씩을 주고 다녔다.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 나타났다고 소문을 내면서 돈이 진짜인지 의심을 했고, 그 다음주엔 마을 사람들이 시간이 되면 대문에 나와 돈을 주러 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세번째 주에는 돈을 주지 않고 그냥 지나갔더니 마을 사람들이 쫓아오면서 내 돈은 어디에 두고 가느냐며 소란이 일어났다고 한다.
‘우리 인간들은 주면 줄수록 양양’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 세상에는 해 볼 것도 많고 감사해야 할 일도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생이란 해석’이란 말도 있다.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지혜를 가져 보자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우선 감사 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주어진 시간을 아껴 최선을 다하며 현실에 감사함을 잊지 말자.
지나간 과거는 후회해도 소용없고, 미래는 불확실한 것이므로 현재에 충실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 때 이 세상은 배로 돌려준다는 교훈을 젊은 세대에게 알려 주어야 하겠다. 또한 나이든 노년층에게는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음을 감사하라고 말하고 싶다. 얼굴에 주름이 파이고 백발이 되더라도 인생의 연륜이 쌓이는 훈장으로 받아들여 감사의 마음을 지닐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감사하는 여유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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