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라크전 우리가 가겠다

이라크전 개전이후 TV뉴스의 대부분은 미·영 연합군의 바그다드 공습장면과 모래바람 속에 사막의 전장에서의 격전모습을 비추고 있다. 우리는 안방에서 마치 한편의 전쟁영화를 보듯이 남의 일처럼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53년전 그와 똑같은 상황으로 같은 민족끼리 싸워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와 우방의 젊은이들까지 피를 흘리고 싸운 곳이 바로 이 나라 일진대 당시의 그 처참한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본인 또한 전쟁의 폐허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그로 말미암아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제들을 잃어야 하는 아픈 세월을 보내고 이제 오십 중반의 반백의 나이가 됐다. 전쟁이라는 것은 국가간에 명분과 이해관계가 복잡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란 극히 어렵다. 이번 전쟁에서도 미국과 영국의 중동지역에서의 세력을 넓히려는 패권 전쟁과 세계 2위의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석유쟁탈 전쟁으로 여론이 분분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 전쟁 때문에 정부도, 국회도, 사회단체도, 세대간에도 싸움을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생각해서 파병결정을 내렸지만 “이쪽말도 맞구요! 저쪽말도 맞고요!”하고 계시니 참으로 안타깝다.

반대론자들은 “왜! 남의 나라 전쟁에 우리의 젊은이들을 보내서 피를 흘리게 하며 그들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는가?”라고 하는데 지당한 말씀들이다. 나도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해병대에 보내서 현재 군생활을 하고 있으니 남의 일이 결코 아니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우리나라가 어려웠을때 도와준 미국을 비롯한 자유 우방을 잊었는가? 그들과 함께 흘린 피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지 않은가? 전투병도 아닌 건설공병과 부상자들을 치료할 의료진 몇 백명 정도 보내주는 것인데… 즉 혈맹관계 있는 미국을 도와주어서 의리도 지키고 전후 복구사업에도 참여하여 국익을 챙겨보자는 뜻이다. 이것 또한 맞는 말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우월성은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결정에 따르는 것이 상식이다. 이제 파병안의 결정은 국회로 넘어갔다.

모든 국민의 관심과 시선속에서 과연 그 결정이 어떻게 날까? 운명의 그날을 기다려 본다. 그러나 그 결정이 어떻게 나든 국민 여러분께서는 걱정 하지 마시라! 그리고 더 이상 분열되어 싸우지 마시라! 그 아까운 우리의 젊은이들을 뜨거운 전쟁터에 보내지 않기 위하여 우리 해병전우들이 가겠다. 우리에게는 6·25전쟁과 월남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무적 해병정신으로 무장된 전우들이 얼마든지 있다.

다시 한번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면 아마 기백명이 아닌 기천명, 기만명은 몰려 올 것이다. 언제든지 불러만 주시라! 본인을 비롯한 많은 해병전우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제발 싸우지들 마시라! 지금부터라도 하나로 뭉쳐서 천만년 우리 후손들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열과 성을 다하자! 더 이상 노무현 대통령을 힘들게 하지 말자!

/한성섭 경기도해병대 전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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