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성인들의 안일한 행동으로 어린 축구 꿈나무들을 멀리 떠나보내야만 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의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지라 배가의 슬픔으로 자리잡았다.
기성인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훈련에 매진한 결과가 이렇게 참담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정부는 지나친 승부욕으로 기성인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과도한 훈련을 강행하고 있다고 진단하여 이번 일을 계기로 유소년 선수들의 ‘꿈의 향연장’인 소년체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정부로서도 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하여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 처사이겠지만 정말 식상하고 진부한 발상이다.
72년 6월 6일 제1회 스포츠 소년 체육대회로 시작된 소년체전이 88년 제17회 대회를 끝으로 중단되었다가 92년 다시 종합대회로 부활의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체육청소년부의 통폐합 와중에서 한다 못한다 각계 각처에서 말이 무성했던 소년체전이다. 결국 제22회 대회를 93년 5월28일부터 4일간 서울과 경기도 일원에서 초등학교 13개, 중학교 26개 종목에 걸쳐 시·도 대항전으로 열게 된 바 있다.
교육과정 정상운영이 밑받침이 되어 체육 클럽활동의 경연으로 우수한 꿈나무를 발견하고 열매를 맺게 하는 일 자체는 선수양성이라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봐야할 것이다.
소년체전이 선수 양성으로 인한 일반 학생의 생활체육 위축, 교육과정 운영의 비정상화, 과열경쟁 등의 비교육적 요인 발생이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구조적인 모순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해결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소년체전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기 보다는 엄격하게 말해 교육당국의 효율적인 지도교사 정원의 배정과 시설확충·예산 배정 등의 성의 있는 자세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다. 정부는 각 시·도 교육청에 우수 선수 발굴에 필요한 예산편성을 비롯 행정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미래의 꿈을 키우기 위한 향연장을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월드컵 4강신화, 올림픽 10위권 진입이 어느 한 해 노력을 기울여 일궈 낸 과업이라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운동을 해 본 사람이라면 1분 1초의 소중함과 한 순간 순간의 테크닉이 어떻게 어렵게 얻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종목 별로 어느 시기에 시작하느냐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린 선수들의 몸짓 하나 하나 한 순간의 훈련에도 눈을 떼지 않고 집착하는 지도자들이 수백이 넘기에 적어도 스포츠에서만이라도 우리들의 목소리를 세계 속에 내고 있지 않을까.
지금은 엘리트 체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어지는 시기다. 박찬호와 박세리가 유소년의 시기에 엘리트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다시말하면 엘리트 체육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설, 지도자, 경기내용 등이 자연스럽게 생활체육으로 전이된다. 즉 수레바퀴의 양바퀴와 같은 조화속에 양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모든 지도자 및 관계자들의 관심 속에 스포츠 사랑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속에서 공동체의 열매가 맺어지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학교체육이나 체육교육의 연장인 선수양성에 대해 지휘 감독하고 책임을 느낄 부서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행정부에 체육청이 있어도 지금과 같이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 삼간을 태우려는 듯한, 쉬파리를 잡기위해 장독을 깨려는 듯한 발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빈대와 쉬파리를 합리적으로 잡아야 할 때이다.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다시는 제2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설에 대한 배려, 지도자들의 의식 고양과 더불어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하늘에 있는 어린 친구들도 그라운드에 피어난 소년들의 꿈의 향연을 기대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못다핀 꽃님들에게 머리숙여 명복을 빈다.
/강관희 경문대학 도서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