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교장 선생님! 요새 교장 선생님들이 자주 모임을 갖는 것 갖습니다. 정 교장선생님도 서울에 다녀오셨습니까?
교육 현장에서 먼저 나온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고 가끔 산에 오릅니다. 오늘도 광교산에 올랐지요. 그런데 한 열 명 남짓한 교장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그리 표정이 좋지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씩들 내뱉었습니다.
“에이, 먼저 잘 나왔어, 그 사나운 꼴 안 보고.” “매일 저리 싸우니,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잘못된 제도가 학교를 망쳐 놓았어.” “저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니 불안해지고, 공부를 어떻게 가르치나?”
정 교장 선생님! 이 말들을 종합하고 분석하여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못된 제도 때문에 저렇게들 싸우니,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져서 가르치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라는 제도가 또 잘못되지 않았습니까?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면 설정하고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또 암초에 걸렸습니다. 인권 문제가 있으니 몇 부분을 빼야한다고 하고, 빼면 혼선이 오니 그냥 시행하려고 합니다. 만약 밀고 나가면 인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것이고, 빼고 다시 고쳐 시행하려면 혼선이 올 뿐 아니라 예산 낭비가 8천400억~2조 2천억원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어디 실패한 교육제도가 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뿐입니까? 지금까지 해온 숱한 일들이 그랬습니다. 7차교육과정의 실현성 문제, 학급 정원의 급속한 축소, 교원정년의 단축, 교원성과급 등 여기서 나온 부작용이 얼마나 컸습니까? 스트레스는 여기서 오는 것이지요. 병도 들고요. 하나의 제도가 생길 때에는 충분히 연구하고, 바람직한 개혁 발전성이 보장될 때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정 교장 선생님!
제도가 잘못되어 스트레스를 받아 살기 싫다고 귀중한 생명을 끊은 두 사람이 있잖습니까?
하나는 1999년 5월에 있었던 부산시 남구 ㅁ여중의 전 모교사의 자살 사건입니다. 개혁을 빌미로 교사들을 무능하다고 비리의 온상인 양 내몰고 있는 실정에서 학생들마저 선생님을 고발하고 구타하는 이 최악의 상황까지 왔다고 하면서 죽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몇 달 전의 일이지요. 충남 예산군 삽교읍 ㅂ 초등학교의 서 모교장의 자살 사건입니다. 그의 수첩에서 외부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메모들이 있었습니다.
정 교장 선생님 ! 학교는 안정이 있어야지요. 선생님들이 스트레스 받고 불안해서야 어떻게 잘 가르칠 수가 있겠습니까?
한 교육학자가 실험을 했지요. 두 마리 원숭이를 기르는데, ‘가’장의 원숭이에게는 매 시간 막대기로 건드려서 성질을 나게 만들고, ‘나’ 장의 원숭이는 안정을 주면서 그대로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 동물병원에 가서 진단을 해보니 ‘가’장의 원숭이는 중병에 걸렸습니다. 죽게 된 것이지요. 병인은 스트레스였습니다.
제도는 있어야 하고 더구나 개혁을 하기 위한 것은 꼭 필요한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와 토론, 실험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이번의 교장(감)과 교원 노조의 관계가 피차 타도의 대상으로 대립한다면 전 교원이 스트레스에 걸립니다. 충분히 논의하고, 양보하고, 사랑으로 감싼다면 그런 슬픈 현상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젊은 교사와 원로 교사, 남교사와 여교사, 교총과 전교조, 스승과 제자도 다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정 교장 선생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드리면서 글을 맺겠습니다.
부산의 여중교사 유서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었습니다.-‘선생님들, 비록 잘못된 제도이지만 용기를 보여주십시오.’ 보블 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 왕국의 몰트게 장군은 환영식장에서- ‘전쟁에 이긴 것은 우리가 아니라, 오랜 세월 역경과 시련을 극복한 선생님들의 공입니다.’ 정 교장 선생님! 학교 현장은 스트레스가 꽉 차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없습니다. 결국 선생님들의 몫입니다. 우리는 뒤에서 기도하겠습니다.
/밝덩굴.경기수필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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