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망국적 식생활문화 개선해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위해 해야할 일들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가 식생활 문화의 개선일 것이다. 옛날 임금님의 수라상은 밥과 탕은 물론 신선로 등 5가지 기본 반찬을 제외하고도 12첩 반상으로 12가지 반찬이 올라간다. 이는 전통적인 식생활 문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평균 1만1천350t으로 8톤 대형 트럭 1천400대 분에 이르며 생활쓰레기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의 2001년 발표에 따르면 한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4조7천억원에 달하고, 그 음식물 쓰레기의 일부를 처리하는데도 연간 4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업무관계로 일본에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일본의 음식업소는 음식의 양과 가지수에 있어서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인색하다. 그러나 식사를 마친 그들의 식탁은 우리와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그들은 우리처럼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내오지도 않을 뿐더러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어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2년말 기준으로 우리의 세배인 3만2천불이다. 그들이 잘 살게된 배경에는 이와 같이 몸에 배어있는 근검과 절약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아직도 결식아동이 존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면 버리는 음식이 절반이 넘는 우리의 식생활 문화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은 정부의 주요정책으로 오래전부터 추진해오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첫째, 우선 남기더라도 푸짐하게 음식을 차리는 것이 손님을 잘 접대하는 것으로 여기는 비합리적인 사고에 기인하고 있다.

둘째, 음식업소 및 국민의 참여의식 부족이다. 음식업소는 개인별 식성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내옴으로써 남겨지는 음식량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일반고객은 다양하고 푸짐하게 차려주는 식당을 선호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셋째, 그동안 정부시책으로 추진한 ‘주문식단제’ 등 여러가지 시책들이 국민의 호응을 불러 모으는데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따라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는 국민의식개혁 운동차원으로서 일회성이 아닌 단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추진방안으로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 고객에게는 음식값의 일부를 할인해 주는 제도의 도입이다. 업소의 부담을 덜어 주기위해 할인가의 일정액을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문제다.

제도의 효과성을 높여 나가기 위하여 정기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우수업소에 대해서는 세제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한다 해도 국민이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결국 국민의 실천의지에 달려 있다. 이제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 시대의 과제이자 의무다. 이토록 문제가 있는 식생활 문화를 개선하지 않고는 선진국의 길은 요원할 것이다.

/김학용.경기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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