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의 서민은 700원?

한국 사회가 선진화 되면서 인구대비 자동차 보유대수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 가히 세계 최고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기하급수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서민의 불편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행 교통법규에 의하면 모든 차량에서는 의무적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반 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만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시내버스의 수요가 줄어 사업여건이 열악하다 하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일반 서민들은 오늘도 버스기둥을 움켜잡고 버스기사의 운전 실력에 자신의 안전을 맡기고 출·퇴근을 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대중교통의 현주소는 안전과 편익 모두에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자가용을 보유한 사람들에 대한 안전규정이 지켜지듯 대중교통에 대한 안전규범은 현실화 되지 못하는 것일까. 한 가정의 가장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가정을 돌보는 어머니로써 묵묵히 일하고 있는 다수의 서민들에게 좀더 편리하고 안전한 대중교통 수단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혹자는 시내버스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요금인상이 불가피 하며, 또 요금인상은 서민들의 추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논리로 대중교통의 서비스 향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운수사업여건에 이 정도 질의 서비스는 당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중교통의 공익성, 열악한 대중교통 회사들의 재무능력을 고려해 볼 때 이제 대중교통의 질적 향상 노력은 몇몇 운수회사나 대중교통 운영자의 능력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 투자재원과 교통시스템 개발을 위한 노력은 정부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700원의 버스요금으로는 우리네 서민들이 700원짜리 서비스 밖에 받질 못한다면, 한국 서민은 700원짜리가 아니겠는가.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개의 교통선진국에서는 대중교통 버스에 공영체제를 유지하거나 반공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운송원가의 30~40%에 달하는 보조금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곳의 시내버스 요금을 원화로 1천원이라 한다면, 대중교통의 이용자가 실제로 공급 받게 되는 서비스는 1천500원짜리가 된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교통과 운수업에 대한 지원금은 운송원가의 4%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한국의 서민들은 703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질의 교통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에 더하여 선진국 수준의 인건비와 거의 3배에 이르는 기름값을 함께 고려해보면 한국의 서민들이 받고 있는 서비스의 질은 상대적으로 더욱 낮아질 것이다.

선진국 수준의 자동차 보유와 경제력을 자랑하면서도 시민들이 가장 흔히 접하게 되는 편의시설인 대중교통의 선진화는 왜 이렇게 더디기만 한가. 후진국의 경우도 대중교통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중국이나 태국의 예를 보면 그들의 자동차 보급률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 때문에 대중교통에 대한 수요도 높고 인건비며 유류가며 우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선진국에 이르는 길은 국민소득만 높이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다. 문화·사회적 인프라도 동시에 성장할 때만이 한국사회는 선진적인 사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서민이 이용하는 발을 관리하는데 700원이 든다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일반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대중교통에 대한 개선작업도 없이, 700원짜리 아침을 맞으라고 한다면, 우선 나부터라도 무척이나 고민할 것이다. 정부의 시급한 교통지원 정책을 기대한다. 결코 서민은 700원짜리가 아니다.

/신보영.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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