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부'와 '모금'의 차이

12월도 벌써 허리를 지나고 있다.

어느 월간지 여론조사에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사는 달은 1월과 12월이라고 한다. 1월은 새해를 시작하는 달로 여러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마음가짐도 새로이 하며 열심히 생활하고, 12월은 별로 한 것도 없이 해를 넘기게 되는 아쉬움과 불안감으로 남은 한달 동안이라도 뭔가 이루어 내려고 하기때문에 열심히 산다고 한다.

그렇게 소중한 12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얼마 후면 새해 1월이 시작된다. 이 중요한 시기에 진행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진행되는 ‘희망 2004 이웃돕기 성금모금 캠페인’이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정 많은 민족이다. 그런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람도 매섭고 추운 겨울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진행되는 이웃돕기 성금모금행사, 그것도 가장 중요한 시기로 생각하는 12월과 1월에 진행되는 성금모금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경기도의 이웃돕기 성금모금을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로서는 아직도 아쉬운 점이 너무도 많다. 민간모금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라는 사명을 띠고 설립된 경기도공동모금회가 벌써 5년이 넘어 6년째를 맞이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웃돕기 성금모금에 참여하는 도민의 수는 의외로 너무 적다. 모든 부분에서 앞서가는 선진경기도임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모금액은 63억원으로 도민수 1천만명 기준에 1인당 630원으로 전국 평균 2천600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6개 광역시·도중 최하위인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그답을 기부와 모금의 차이에서 찾고싶다.

기부와 모금, 얼핏 보면 같은 의미로 보여 지지만 사실 알고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기부는 자발적 정성으로 내는 돈이고 모금은 모집행위 등을 해서 모으는 돈이다. 국어사전의 의미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듯 기부는 자율에 의한 것이고 모금은 반강제적인 것이다. 물론 경기도민들이 보다 편하고 자유롭게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모금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실무를 진행하는 우리의 의무이겠지만 6년째 성금모금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기부금이 ‘답지하는’ 것보다는 모금행위에 의해 ‘걷어지는’ 성금이 압도적으로 많기에 아쉽다는 이야기다.

한평생 모은 거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270억원을 기탁한 평양 실향민 강태원옹과 같이 어렵사리 모은 돈을 선뜻 기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도 단돈 1천원도 우리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수가 모자라 모금액이 적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외국의 기부문화 사례를 접해보면 사실 부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유치원때부터 몸에 밸 수 있게끔 그취지를 설명하고 교육하는 시스템, 성인이 되어서도 자발적으로 수입의 일부는 내것이 아닌 어려운 사람들 몫이라는, 기부를 해서 이웃을 돕는 것이 당연한 의무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이 어찌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지난 IMF당시때보다 더 나쁜 경제상황, 장기경제침체로 인한 실업자수 증가등으로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힘든 겨울이 될 것 같다. ‘희망 2004 이웃돕기 성금모금 캠페인’ 바로 우리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2003년12월1일부터 익년 1월31일까지 진행된다. 사랑의 열매달기, 고속도로 톨게이트 모금, 지로모금, ARS모금, 백화점 할인점 모금, 언론사모금등 참여할 수 있는 모금방법은 너무도 많다. 기부문화의 정착, 복지국가의 건설 등 뭐 그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하는 인보정신, 누구의 강요도 아니고 나에게 어떤 혜택이 없어도 해야 하는 자발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나와 가족과 이웃이 모두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강제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사람들이 보다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웃돕기 ‘성금모금 캠페인’이 아닌, ‘성금기부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구본상.경기도공동모금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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