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시장없는 '오산문예회관' 개관을 보며

오산시민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인 오산문화예술회관이 드디어 지난 4월 23일, 시 승격 15년만에 개관되었다. 개관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연면적 3천평 남짓의 웅장한 문화예술회관과 여성회관의 개관은 시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었고, 오산시민의 한 사람으로 축하했다.

한국미술협회 오산지부에서도 문예회관 개관을 축하하기 위한 전시회를 가졌다. 회원들 중 40여명이 출품하여 축하의 장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개관 당일 작품을 출품한 회원들이 모여들면서 자부심은 웬지 답답함과 무언지 모르는 슬픔으로 바뀌었다. 문예회관 로비와 복도, 계단 그리고 화장실 입구 등 여기 저기 흩어져 이젤 위에 전시된 작품을 보는 순간 예상은 했지만, 막상 현실로 와 닿은 그 감정은 분노보다 참혹함이었다.

오산 문화예술회관이 계획되고 설계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 오산에는 미술협회도 없었고, 문화원에서 주최하는 ‘오산 문화원 초대작가전’이 전부였다. 그러나 오산에 미술인들 몇 명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여러 사람들에게 전시공간이 함께 건축되어야 한다는 필연성을 주장하였다. 개관 당일 시의원을 만나 이런 현실을 이야기하니 시의원도 의회에서 여러 차례 건의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준공됐다.

공연장만 존재하는 문화예술회관은 전국적으로 없는 것으로 안다. 아니 있었다. 용인 문화예술회관도 10여년 전에 완공될 당시 전시공간 없이 공연장만 준공되었다. 그 후 용인 미술인들의 불만과 건의로 사무실을 개조하여 전시장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전시공간의 부족과 전시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환경으로 인해 현재 ‘용인 미술관 건립’을 위한 미술인들의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미리 설계과정에서 마련되었다면 이중으로 예산 낭비와 비경제적인 현상은 없었을 것이다.

전시장 준공에 따른 활용도 문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미술협회에서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시공간이 없는 오산 미술인들은 현재 개인전을 전시공간이 마련된 수원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 열고 있다. 오산지역의 미술인들이 노력하여 완성된 작품을 전시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타 지역에서 전시회를 갖는다면 이는 엄청난 문화적 손실이다. 더욱이 조명시설이 없는 오산시 청사나 오산문화예술회관 로비나 복도, 계단에서 이젤을 놓고 전시회를 갖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다.

수원지역을 비롯한 전시공간이 있는 타 지역에선 초·중등 학생의 수행평가로 전시장 관람 후 감상문을 과제로 내 주고 있다. 아마 다양한 문화적 체험이 요구되는 학교현장에서는 문화공간 탐방은 중요한 학습과정이다. 그러나 오산 지역의 미술교사들은 전시장 관람에 관한 수행평가를 과제로 내주고 싶어도 타 지역까지 이동하는 어려움에 전시장 관람 수행평가를 포기하는 형편이다. 이처럼 전시공간은 다양한 문화적 현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개관기념 공연 안내 책자에 시장의 말씀을 인용하면 “전국 최고 수준의 시민 문화시설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운영한다” 또한 “지역 예술단체에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말씀대로 최고 수준의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빠른 시간 내 조명을 갖춘 전시공간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더불어 미술인들의 숙원인 전시공간이 마련된다면, 오산시민들의 미술문화 욕구 충족을 위해 보다 질 높은 전시회를 유치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유미자.한국미술협회 오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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