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지식기반의 정보화사회로서 자연자원이나 부존자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적자원 지식자원이다. 따라서 인적·지식자원은 학교교육에서 시작되고 고교 교육은 가장 중요한 근간이다. 이런 고교 교육의 평준화가 과연 지식기반 사회에 부응할 수 있는지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할 시기다. 이젠 고교 평준화 정책을 폐지하고 비평준화 교육으로 환원해야 한다. 평준화제도의 기본 발상은 획일적 통제를 통한 균등한 교육으로 학교간의 차이를 없애고 교육의 형평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는 달리 실력차이가 심한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 수업을 하는 바람에 우수 학생들은 학습의욕을 상실하고 열등학생은 학습을 포기하는 등 교실 붕괴현상을 가져왔다. 사교육 또한 오히려 부추기는 역기능을 가져왔다.
학력 수준 저하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한 인위적 고교 평준화는 이밖에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컨대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침해 등은 위헌의 소지가 없지 않다. 평준화가 보편적 덕목이라면 우리는 궁극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왜 차별화 되려고 노력하는가. 온 세상의 모든 단계가 거의 경쟁인데 어찌 청소년 시절부터 선의의 경쟁에 나서는 훈련은 못시킬 망정 그것을 배제시켜 미래 인적자원을 고갈시키려 하는가.
교육개혁은 이제 평준화를 과감하게 깨는데서 부터 시작돼야 한다. 학생들이 잠재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고 실력에 따른 학습이 불가능하고 학생간·학교간 교육을 인정하지 않는 교육제도 아래서는 21세기 무한경쟁시대의 국제사회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인력이 결코 배출될 수 없다. 미국이 고교 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인재양성을 교육개혁의 주안점으로 삼는 추세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교육은 인재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좀 못하거나 또는 아주 못하는 열등생도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 적응능력을 길러주는 등 전인교육을 적극화해야 하는 것은 더 말할 게 없다. 문제는 평준화의 모순이다. 지금 고교 평준화라 하여 학생들의 실력이 평준화 되었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학생들 실력은 평준화되지 못하고 또 될수도 없는 실정에서 강행되는 겉치레 평준화정책은 지식교육도 전인교육도 모두 말살되어 이도 저도 아닌 형편이다.
실력중심의 비평준화가 사교육비 경쟁에서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 하여 평준화를 하였으나 사교육비 부담이 결코 경감된 것은 아니다. 많은 자녀들 어머니가 파출부 노릇을 해가면서까지 사교육비를 대는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오히려 평준화는 공교육 부실을 가져와 사교육 의존 현상을 더욱 키웠다.
사교육은 평준화든 비평준화든 다만 질서일탈의 방지만 필요할 뿐 수요는 어차피 있게 마련이다. 사정이 이러한 터에 겉무늬만의 고교평준화로 인재자질의 잠재 능력을 평준화 이름으로 억압하는 것이 과연 교육원리에 합당하고 교육정책에 합치되는지 정부 당국의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금세기 지식 기반 사회를 가리켜 흔히 ‘한 명의 사회적 우수인재가 만 명을 먹고 살게 해준다’는 말로 비유하고 있다. 고교 평준화의 시행착오는 더 이상 시행할 가치가 없는 완전 실패작이다. 주저없이 평준화를 폐지, 비평준화로 가는 것이 국가사회의 미래를 위하는 길이다.
/김강영.전 경기도의원(문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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