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직업 가치관

장래의 직업을 선택, 결정할 때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직업가치관 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요인들이다.

첫째, 대개는 먼저 직업의 경제 가치가 꼽힌다. 고교를 졸업하는 대학 지망생들이 기왕이면 그리고 가능하면 월급, 보수, 이득이 많이 따라오는 직업에 연결되는 대학 학과를 선호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둘째, 그들 또는 그의 부모들은 직업의 출세가치 또는 권력가치를 많이 염두에 둔다. 이른바 입신출세가 주 관심인 사람들이다. 출세하면 돈도 자연 벌게 되는 부조리한 사회 풍토에서는 이 가치는 더 드세진다.

셋째, 사회적 가시성(可視性)이라는 가치도 있다. 이름과 얼굴이 많이 알려지고 팔리고 하는 유명을 바라는 것이다. 어느 직업에서건 일류가 되면 유명해지게 마련이지만, 사람들에겐 역으로 유명해지면 일류고 출세했다고 느끼는 일종의 착각도 없지 않다. 특히 배우, 탤런트, 가수, 정치가는 직접 얼굴이 팔리는 가시성이 높은 직업이다.

그리고 넷째, 어떤 직업은 재력도 권력도 가시성도 수반하지 않지만 명예가치가 높은 직업이 있다. 흔히 통념상으로 점잖고 깨끗하고 ‘유식’한 직업으로 여겨지는 직업이다. 교사, 교수, 신부, 목사라는 직업이 이에 속한다. 돈 없고 권력 없고 이름 없어도 ‘명예하나로 버티고 사는’ 직업이다.

고교졸업생이 대학 학과 선택에서 이런 저런 네 가지 직업가치를 저울질하는 것은 당연하고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직업의 가치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자아실현의 가치라고 해야 할 것이다.

흔히 이것을 막연하게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는 문제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적성’이라는 좁고 일방적인 개념보다는 적극적으로 일과 나와의 상호관련을 찾는 역동적인 자아실현의 개념이다.

본래 심리학적으로도 ‘적성’이란 상당히 막연한 개념이다. 대개 ‘적성검사’는 많아야 10종 내외의 적성을 측정할 뿐이다. 그것들로 수만 종이 넘는 직업들의 적성을 일일이 가늠하기는 어렵다.

직업들을 넓게 묶어서 대략적으로 참고할 수밖에 없다. 또 적성 자체가 생득적(生得的)인 것이 아니다. 유년·아동기엔 아주 유동적이고, 그 큰 ‘윤곽’은 청년기까지는 잡히지만, 작은 ‘방향’은 생애를 두고 발전하고 변화한다.

물리학을 연구하다가 철학에 취미를 붙일 수도 있다. 또 직업의 종류와 내용과 구조도 사회변화와 더불어 변화해 간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수많은 일, 수많은 직업에 적성을 가지고 있고 적성을 개발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어떤 선정되어 있는 적성을 찾고 그것에 맞는 직업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에 일을 맞추어 보기도 해야 한다.

계속적인 자아실현 자체가 ‘적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에, 적성에 맞게 일을 찾고 만들기도 하고, 일에 맞게 적성을 찾고 만들기도 해야한다.

직업으로 택한 이상 어떤 직업에서든 사회의 봉사 기능으로써의 직업, 자아실현을 위한 직업인으로써의 올바른 가치관 확립의 필요성이 요구되며,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는 직업인으로 행복감을 느끼며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김종구 고양교육청 학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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