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보의 바다, 청정해역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패러디한 사진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건은 정치권과 네티즌은 물론 사회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려진 박 전대표의 패러디물은 영화 포스터라 할지라도 똑바로 쳐다보기에는 민망한 낯 뜨거운 게시물 이었다.

패러디는 풍자와 해학을 통한 현실의 비꼼을 통해 자극적이지 않은 간접적 비판이 그 장점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이후 정치 패러디는 심각한 정치 현안에 대해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신공격과 저속한 비난, 그리고 저주의 도구로 쓰여 지는 경우가 훨씬 많아 졌다.

순수한 풍자와 해학을 넘어서 상대를 상처내기 위한 저속한 패러디는 인간에 대한 가학이며 폭력이다. 어떤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어떠한 폭력도 그 자유를 인정받지 못하듯 패러디에 의한 폭력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

이번에 청와대에 게재된 박근혜 대표의 패러디물 경우에도 정치의 풍자와 해학이라기보다는 성희롱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라 하겠다. 어떠한 경우에도 본인의 동의가 없는 한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하는 그 어떤 표현도 용납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그 논란의 핵심이 정치 패러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 정치인을 비하하는 -아니 여성 자체를 폄하하는- 그 폭력성에 초점이 있는 것이다.

정치가 인간 개개인의 행복을 그 궁극적 목표로 한다면 여야를 떠나 정치적이든 비정치적이든 비인간성의 몰가치적 공격성은 사라져야 한다.

인터넷을 흔히 정보의 바다라 표현하지만 그 바다에는 하수구를 통해 들어온 쓰레기도 있고 각종 공해 오염 물질도 녹아져 있는 것처럼, 이 정보의 바다에서 진정 유익한 정보를 구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네티즌 개인의 정보 선별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바다가 황폐화 되지 않도록 네티즌 각자의 자정 노력도 요구된다. 이제는 사이버 상에서의 환경운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청정해역에서 마음껏 헤엄치는 네티즌의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보고 싶다.

사족으로 덧붙인다면, 선정적 사진을 청와대 담당자가 삭제하기는 커녕 홈페이지 ‘열린마당’ 초기 화면에 배치 한 것은 실수라 할지라도 실수치고는 너무 큰 실수였다.

공직자는 우리의 말과 글을 올바르고 더욱 아름답게 가꿔야 할 책무가 있다. 따라서 공적인 언어와 문건 하나하나에는 품격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으로부터 권위를 부여 받는 출발이기 때문이다.

/정상환.한경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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