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많은 사람들이 바다와 강 그리고 계곡을 찾는다는 작은 흥분과 설레임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여름 더위가 마냥 즐겁지마는 않은 사람도 있다. 바로 여름철 전기사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에너지 관련 직업 종사자들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이 덥고 습한 기후를 갖고있어 전기사용이 증가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고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기사용량이 가장 많은 계절이 여름철이 아닌 겨울철이라는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한전에서 발행하는 전력소비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기사용량이 가장 많았던 달은 1월과 12월로 각각 2천641만㎹h와 2천621만㎹h를 기록했다. 반면, 하절기인 7, 8월의 전기사용량은 이보다 훨씬 적은 2천360만㎹h와 2천429만㎹h에 그쳤다.
그럼에도 해마다 여름이면 전기부족을 걱정하며 전력수요관리를 겨울보다 여름에 더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여름철 전력사용의 특징이 양(量)이 많다는 점보다 사용시간대가 오후 2~4시 사이의 특정시간대에 몰려 순간전력과부하가 발생, 전력예비율의 급격한 감소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 전력예비율의 급격한 감소는 꼭 필요로 하는 수요처(병원응급실이나 수출품 제조공장)에 대한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어렵게 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같은 여름철 전력과부하의 주요 원인은 바로 날로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에어컨이다.
하절기 전력예비율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기공급을 늘리기 위한 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수 년 이상 걸리는 건설공기, 부지선정의 어려움, 환경파괴의 논란이라는 부수적인 문제까지 발생해 그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 또한 이 시기를 제외한 나머지 시기에는 자칫 유휴시설로 남게 될 수도 있어 발전소 건설은 더욱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발전소의 추가건설 없이 하절기 전력예비율 감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하절기 전력수요관리를 통한 전기수요를 억제하면 된다. 전력수요관리 방법으로는 값싼 심야전력을 사용해 얼음을 얼려 하루 중 최대전력수요가 발생하는 시간대에 냉방용으로 사용함으로써 특정시간대에 집중되는 전력수요를 분산시키는 첨두부하이전(peak shifting) 방식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최대전력수요가 발생하는 시간대에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기의 사용을 국민 스스로 자제함으로써 전기수요를 낮추는 ‘에너지절약’이 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여름철 최대전력수요에서 냉방부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1천만㎾에 달해 에어컨 사용의 자제로 인해 얻게 되는 에너지절약 효과는 실로 막대한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올 여름을 지난 1994년 이후 10년만에 찾아오는 무더위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무더위로 에어컨의 사용이 늘어나게 되면 여름철 전력사용도 한층 더 높아질 우려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하절기 무더위는 그동안 진정세를 보이고 있던 국제유가가 다시 40달러선을 육박하는 고유가 상황과 맞물려 올 여름 우리나라의 에너지수급 문제에 크나큰 암초로 작용할 것이 너무나도 자명하다. 이렇듯 어둡게 전망되는 하절기 에너지 위기 상황과 관련해 우리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요령은 에어컨을 잠시 꺼두는 것이다. 에너지절약의 작은 실천이다.
/이상순.에너지관리공단 경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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