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천 상류에서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수 십년 전의 모습으로 회복된 자연의 생명력을 확인했다. 지난 40여년 동안 경제논리 앞에서 우리는 지켜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몰랐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잘 사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다. 찬반의 공방이 뜨거웠던 청계천과 수원천의 복원이나 양재천의 자연화는 이제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을 질적인 삶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의미를 갖는다.
내가 공부했던 독일 중부의 데트몰드(Detmold)시는 인구가 주변지역을 포함해 3만여 명에 불과 하지만, 시립 오페라하우스가 있어서 연중 상설공연을 한다. 시민들은 그러한 자신들의 문화환경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100만명이 넘는 수원 시민들에게 제공할 만한 문화공간을 가지고 있는가.
수원의 서북부 개발에 앞서 문화공간 확보를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았는가. 이 지역은 근래 거주민의 수가 급격히 늘었으나 문화시설은 극도로 황량한 상황이다.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의 조건은, 편리한 교통과 충분한 공간이다.
문화공간은 척박한 도시민의 생활속에서 중요한 피난처로 자리매김 되었지만, 이미 집적회로와도 흡사한 도심 속에서 이러한 공간을 확보해 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최근 KT&G(한국담배공사)의 공장이전 터를 무슨 용도로 활용할 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고자 하는 공사의 계획에 대해 우리가 진지한 고민을 조금 더 해야 한다.
모든 계획을 경제적 논리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이미 정자·천천지구에는 아파트가 숨 막힐 만큼 충분히 들어 섰다. 70년대에는 하천을 덮고, 산허리를 깎아야만 했던 그 시대의 개발 우선 논리가 있었듯이, 지금의 우리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 시대적 필요논리의 당위성을 찾아야 한다.
음악당, 미술관, 전시관, 박물관 등 21세기의 수원시민문화를 주도할 문화타운을 만들기에 이 만큼 적합한 곳이 없다. 장점으로는 첫째 화서역과 연결되는 편리한 교통이다. 둘째는 지하를 화서역의 환승 주차장으로 활용, 수원역의 교통 혼잡을 분산시킬 수 있다. 셋째는 적합한 크기다. 마지막으로 서북수원을 균형 발전시킬 수 있다.
모든 사업에는 재정의 문제가 수반된다. 공적인 자금의 유무와 관계없이 시민들의 의지를 ‘땅 한 뼘 사기 운동’ 등으로 먼저 보여 주자. 최근 기무사의 주암동 이전을 놓고 ‘과천시민 신탁운동’으로 시민 7만여명이 동참한 1천원씩 모금은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재정적 어려움은 방법에 관한 문제이고, 더 중요하고 우선적인 것은 우리가 이 일에 대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이다.
이제 나만을 위한 차원을 넘어 우리 모두를 위한 문화적 웰빙에 대한 의식을 가질 때다. 문화공간의 최적합지로 꼽히는 이 터에 우리가 문화적으로 잘 살기 위한 시설이 세워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것이 우리 모두가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해 우리 스스로 질문 해 보자. 우리에게 그러한 의지가 있는가…
/주용수 작곡가.재활복지대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