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조상들이 제사상에 필수로 사용하는 고급 과일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되고 있으며 고려 명종 18년에는 배나무를 심어 소득을 높이도록 나라에서 권장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19세기 작품인 춘향전에는 ‘청실배’라는 이름이, 구한말에는 ‘황실배, 청실배’ 등과 같은 명칭이 널리 알려지기도 하였다.
우리속담에 ‘배먹고 이 닦기’ ‘배 썩은 것은 딸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라는 말은 배의 유익성에 기인한 것으로 일석이조의 의미와, 자기 자식은 남의 자식보다 아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고시조에 ‘이화에 월백하고…’ 운운하는 배꽃에 대한 표현은 그 만큼 배나무와 우리 조상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얘기한다.
우리 생활에서 배의 용도를 보면 불고기집에서 고기를 먹고 나면 후식으로 배를 내놓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배 속에 효소가 많아서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며, 또한 배를 먹을 때 까칠까칠하게 느껴지는 것은 오돌도톨한 석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석세포는 ‘리그닌 펜도산’이라고 하는 성분들로 된 세포막이 두꺼워진 후막세포이기 때문이다. 이 세포는 변비에 좋고 이뇨작용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석세포가 있기 때문에 배를 먹고 남은 속으로 이를 닦으면 이가 깨끗이 닦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담이 나오는 기침에 배즙을 내서 생강즙과 꿀을 함께 타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하고 심한 기침을 할 때는 배 한개를 썰어 양젖이나 우유를 섞어 달여 먹으면 기침이 잘 낫는다고 하여 기침과 해수의 명약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갈증이 심하거나 술을 먹고 난후 조갈증에 매우 좋은 과일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배를 많이 먹은 사람은 몸속에서 발암 물질이 제거되는 효능이 있다는 서울대 양미희 교수의 연구결과 발표가 방송되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발표에 의하면 배를 많이 먹는 사람의 소변에서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원 하이드록시 파이렌’의 함량이 보통사람의 23%수준으로 줄어 들었다고 한다. 이는 배 속에 들어있는 수용성 성분인 섬유나 효소가 발암물질과 결합해서 쉽게 배설시킴으로써 독성물질을 없애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배도 주의할 점이 있는데 위장이 평소 약한 사람이 배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게 되고 부스럼이 난 사람이나 산모에게는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는 다행히도 배 생육기간동안 날씨가 좋아서 예년보다 맛있는 배를 볼 수 있다. 특히 우리지방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신고 품종의 배가 9월 하순~10월 중순까지 생산되는데 금년에는 적산온도가 높아서 수확시기가 다소 빨라질 수도 있다고 하니 올 추석에는 좋은 배를 추석 차례상에 골라 쓸 수 있게 되었다. 보기 좋고 맛도 좋은 배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한데 신고 품종에서 보면 담황갈색으로 윤택이 나고 당도는 12도 이상되며 무게는 500g이상, 모양은 반듯한 원형으로 된 것이 좋은 배다. 이 밖에도 추석용으로는 다소 숙기가 빠르긴 해도 9월 중하순에 생산되는 원황, 신일, 황금배 등이 추석용으로 추천할 수 있는 배다.
올 추석은 좋은 배를 차례상에 올릴 수 있고 정다운 이웃과 선물로 주고 받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김 완 수
농업기술원 기술공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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