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살맛나는 세상

의정부예술촌으로 이름이 바뀐 잭슨 캠프에 서울과 의정부 시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7호선 수락산역을 출발, 1호선 도봉산역을 경유하는 예술촌 행 셔틀버스에는 가족단위로 혹은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프랑스 태양극단, 중국의 북경인민예술극원 그리고 극단 여행자와 극단 무연시 등 국내외 유수의 그리고 지역 극단이 펼치는 거리극 등 연극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다.

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한 후 의정부시는 잭슨캠프에서 미군들이 사용하던 막사 등 기존건물을 원형 그대로 희망하는 극단들에게 무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임대하여 연극 공연장과 연습장으로 활용케 한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의정부시가 한 일은 야외무대를 두어 곳 만들어 주고 환경을 관리하는 일 뿐이다.

뉴욕시가 위대한 프로듀서 죠셉 팝에게 센트럴파크를 단돈 1달러에 사용권을 주어 셰익스피어축제를 성공시킨 사례와 다를 바 없다.

누가 감히 경기북부를 문화 불모지라 하는가? 연극인들은 혼신을 다하여 갈고 닦은 기와 예를 무대 위에 펼치고, 시민들은 그들의 투철한 예술혼에 갈채와 환호로 보답한다. 이제 의정부는 한국연극의 메카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한 문화정보발신지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세상이 참으로 어수선하기에 하루 속히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즐거운 상상을 해본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국보법개폐, 과거청산, 화폐개혁 등 굵직한 현안마다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들끼리 지루한 공방을 펼치고 있어 밥 먹고 살기에 바쁜 서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언론의 칼럼이나 논평은 온통 나라 걱정으로 가득하고, 반가운 소식은 장애우올림픽에서 눈물겨운 투혼을 불사르는 인간승리자들의 활약상 정도-그래서 희망에 그쳐버릴 허망한 꿈을 꾸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살맛나는 의정부’라는 구호와 함께 정보문화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의정부이기에 마냥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 같다. 향후 100년쯤 앞을 바라보고 미군기지 활용계획을 세운다면 못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은 시민들에게 위안을 제공하고, 사람답게 사는 법을 알려주고 21세기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곳이다. 그래서 공장 하나 세워 당장 일자리를 늘리는 일만큼 극장문화는 중요하다. 지난 해 포천을 시작으로 덕양, 평촌, 안산 그리고 내년에는 일산까지 공립극장이 세워지고 있어 바야흐로 경기도는 문예부흥기를 맞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상당수 극장이 운영시스템을 재단법인화(혹은 예정)로 내실을 기하고, 스텝구성도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출발이 예사롭지 않기에 더욱 기대가 크다. 그리고 이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통해 프로그램은 물론 공연진행, 관객 서비스 모두 눈부시게 발전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 살맛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구 자 흥 의정부예술의 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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