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화성행궁 궁중문화축제로 오세요

200여 년 전 수원은 그야말로 신도시였다. 팔달산 동쪽 넓은 들판, 광교산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끝없는 버드내(수원천), 이 신천지에 사람들이 들어왔고 이어 성곽이 축조되었다. 국왕정조의 신도시 건설 의지는 확고했다. 전국의 상인들을 불러 모으고, 들판을 개간했다. 퇴비를 나르는 농부들의 지게 진 어깨에는 힘이 가득했고, 숙지산과 팔달산의 성곽 쌓을 돌을 캐내는 석수의 망치질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국왕 정조는 실학정신에 입각한 개혁정치를 신도시이자 어느 누구도 뚫을 수 없는 요새인 화성에서 실현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장차 왕위를 물려주고 화성으로 내려와 사랑하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더불어 여생을 보내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만든 곳이 바로 화성행궁이다. 정조는 단언했다. 화성축성은 바로 화성행궁을 호위하기 위함이라고….

10월은 정조에게 있어 참으로 기쁜 달이다. 아버지 사도 세자의 묘소를 천하명당인 화성으로 이장한 달이기도 하고, 자신의 오랜 염원이었던 화성의 완공을 기념하는 낙성연을 백성들과 함께한 달이기도 하다. 이 10월에 수원은 전국에서 가장 전통있고 화려한 ‘화성문화제’가 해마다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조의 꿈과 이상을 담고 만든 화성행궁에서는 특별한 이벤트인 ‘궁중문화축제’가 처음으로 열린다.

궁중문화는 전통시대 사람들에게는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문화였다. 궁중의 담은 높고도 높아 서민들에게 있어 왕실 가족들의 의식주는 신비 그 자체였다.

최근에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궁중 음식이 화려하게 부활하여 대중들에게 알려졌지만 얼마 전만 하더라도 궁중 숙수(요리사)의 명맥을 이은 이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이번 10월의 화성문화제 기간에 화성행궁에서 열리는 궁중문화 축제를 통해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왔던 궁중문화를 직접 체험할 기회를 맞게 되었다. 여러가지 궁중음식의 제작과정을 직접 보고 시연할 수도 있으며, 때론 전통음식을 사서 가족들에게 맛보여 줄 기회도 있다. 특히 이번 궁중음식축제는 수원인근지역 대학들이 참여하에 궁중음식 전문가들이 역량을 결집하여 진행하기에 더욱 뜻깊다 하겠다.

또한 조선최대의 왕실행사로 평가받는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적 가치로 인해 많은 이들이 관람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 혜경궁 홍씨 회갑 진찬연은 더욱더 철저한 고증을 통하여 원형의 모습을 복원하였다.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던 정조가 비운에 돌아가신 부친과 동갑인 혜경궁의 회갑연을 서울 창덕궁에서 열지않고 굳이 화성행궁에서 거행한 것은 그 깊은 뜻이 있어서이다. 그렇기에 검소함이 몸에 배었던 정조가 24년간 재위 기간중 가장 아름답고 장대한 궁중행사를 어머니에게 바친 것이다. 이 행사와 더불어 정조대왕과 혜경궁의 의복을 입어봄으로써 조선최대의 군주와 자애스런 어머니가 될 기회를 체험할 수도 있다.

또한 이번 궁중문화축제에서는 과거시험을 재현하고자 한다. 정조대왕은 수원지역의 선비와 무사들을 중용하여 국가의 동량으로 쓰시고자 하였다. 그 의지가 담겨있던 1795년에 있었던 화성행궁 별시가 기록에 의해 재현될 것이며 우리는 궁중의 지엄한 관리임용의 현장을 보게 될 것이다.

이 밖에 정조의 친위부대이자 서울과 화성의 수비를 담당했던 장용영 군사들의 화성행궁 수위의식과 정조대왕에게 차를 올리는 ‘헌다례’ 의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오랜 세월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에 의해 사라졌던 화성행궁의 부활, 그 화성행궁의 부활을 통해 장대하고 미려했던 궁중문화가 다시 부활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10월! 그 아름다운 계절에 모두 손을 잡고 수원으로, 화성행궁으로 발걸음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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