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마을운동 왜곡하지 마라

‘겉모양만 바꾸는 것’, ‘잘살기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정신자세를 강조했던 것’, ‘박정희 정부의 장기집권 정당화를 위한 수단’. 이러한 평가는 지금 우리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새마을운동의 역사에 대한 기술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의 삶은 고단하고 좀처럼 의욕이 생겨나지 않는데 어쩌다가 백년대계를 이끄는 교육 현장에서 우리 스스로 땀 흘려 건설한 역사와 국민적인 업적을 부정적으로 치부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했단 말인가. 우리의 과거를 부정하고 흠잡아 얻을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후세들에게 교육을 통해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국민적인 업적과 성취를 위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보다, 과거의 부정적인 한 부분만을 강조함으로써 편협한 시대인식과 부정적인 사고체계를 이끄는 것이라면 이 나라의 미래와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걸고 교육 하나에 온갖 열정을 바치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소위 386세대다. 장년에 접어드는 지금 수년간 새마을운동에 종사하고 있지만 새마을운동의 초창기 경험을 직접 체험하지는 못했다. 다만 필자가 소년시절 시골에 살면서 모친이 마을의 부녀지도자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간직했던 기억을 들추어 보더라도 문제의 교과서가 묘사하는 새마을운동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교육의 목적을 운운하며 교권을 경시하려는 뜻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오늘날의 경제발전과 국민의식 수준의 향상을 이룩한 성공요인 가운데 하나가 ‘새마을운동’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대다수의 기성세대는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건국이후 국민이 성취한 가장 큰 업적 가운데 1위가 새마을운동이었다는 결과를 보더라도 그렇다.

그러나 과거의 업적만을 내세워 새마을운동을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에도 자기를 희생해가며 이웃과 마을을 돌보고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라도 달려가 자원봉사의 미덕을 나누는 전국적으로 많은 새마을지도자와 회원들이 있다는 것과, 이들은 물론이고 이들로부터 용기와 희망을 얻으며 생활하는 우리주변의 이웃들, 그리고 벤치마킹을 통해 새마을운동을 배우고 그들 나라에 활용하고 있는 세계 여러나라의 국민들에게 분노심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물림 되던 가난, 무기력증에 빠진 농촌과 사회에 ‘하면된다’는 신념과 자신감을 불어넣고 세계적으로도 놀라운 국민적인 역량을 발휘해 오늘날의 풍요를 이룩한 원동력이 되었던, 허리띠를 졸라맸던 자랑스런 선배 지도자와 우리의 부모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인용한 교과서를 만들거나 감수한 사람 또는 그 교과서를 활용하고 있는 교육현장의 모든 이들은 객관적인 판단과 역사인식을 갖고 ‘새마을운동’을 이해하기 바란다. 우리 국민의 다수가 ‘새마을운동’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으며, 세계인들이 ‘새마을운동’을 칭찬하며 부러워하는 것이 현실임을 특히 교육에 임하는 사람들은 염두해야 할 일인 것이다.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한 역사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 다수 견해와 국민적 지지를 부정하는 소수의견을 고집하는 일은 결국 역사의 왜곡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박종대 수원시새마을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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