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공짜없는 세상… 기본 지켜야

◇질량불변(質量不變)의 법칙

지금은 이 법칙을 학교에서 언제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나 나는 고등학교 때 이 법칙에 대해 배웠다. 그 때는 그냥 “화학변화의 전과 후의 물질의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고 외웠다. 두 분자의 수소와 한 분자의 산소가 결합하여 두 분자의 물로 변할 때 (2H2+O2=2H2O) 변화 전의 수소와 산소의 질량을 합친 것과 수소와 산소가 물로 변한 뒤의 질량이 같은 것이 그 예라고 배웠다.

그 때는 이 법칙은 화학변화에만 적용될 수 있는 법칙인줄 알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또 세상 일 이것저것을 겪으면서 나는 이 법칙이 세상일 모두에 적용되는 법칙임을 깨닫게 됐다. “이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는 말이 이 법칙의 소박하나 납득하기 쉬운 표현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시장에 나가서 물건을 사보라. 장바구니가 무거워지는 동안 지갑은 가벼워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한 동안 아프리카 가나에서 일하면서 그곳 사람들이 농사를 어떻게 짓는지를 보았다. 또 그렇게 농사를 짓는 것이 환경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보았다.

가나 뿐 아니라 사하라사막 남쪽의 여러 아프리카 나라들에서는 아직도 화전농법(火田農法)으로 농사를 짓는다. 풀이나 나무로 덮인 땅에 불을 지른 뒤 재가 남아 있는 땅에 화학비료는 물론 퇴비도 전혀 주지 않으면서 작물을 재배한다. 그렇게 하기를 몇 해쯤 하면 지력이 소진(消盡)되어 더 이상 작물을 재배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농가는 풀과 나무가 있는 다른 땅에 불을 지르고 작물을 재배한다. 한번 불을 지르고 농사를 짓다가 지력이 소진되어 떠났던 땅을 20년쯤 그대로 두면 다시 풀과 나무가 충분히 자라 불을 지르고 작물을 재배할만한 땅이 된다.

인구가 적었던 예전에는 그렇게 했었다. 그런데 인구가 늘면서 한번 농사를 짓고 버렸던 땅으로 돌아오는 기간이 점점 짧아져 지력이 회복되지 못하는 불모의 땅이 되어 사막화(砂漠化)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농법 때문에 아프리카의 환경문제는 심각해진지 이미 오래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마타이

이런 아프리카에서 나무심기에 열정을 바쳐온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가 금년도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황량해진, 황량해지고 있는, 앞으로도 황량해질 아프리카 땅에 나무를 심는 일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마타이는 큰 상을 받을만하다. 그러나 장차 아프리카에 수천 명의 마타이가 등장한다 한들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의 8억 가까운 인구가 산과 들을 불태우며 땅의 수탈을 계속한다면 그 나라들의 산과 들이 녹화될 수 있을까?

화전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상황에서는 농사의 소출이 적어 작물의 열매는 사람이 먹기에도 부족하고 그 부산물은 땔감으로도 모자란다. 이런 판국에 농사짓는 땅에 돌려줄 유기물 같은 것이 있을 이 없다. 따라서 땅은 철저히 수탈된다. 수탈이 심하게 일어난 땅에는 나무를 심어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질량불변의 법칙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이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소박한 진리만 이해해도, 지금의 철저한 수탈농법이 계속되는 한 아프리카에는 장차 수만 명의 마타이가 나와도 그 산야가 녹화될 수 없을 것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땅은 어머니 가슴과 같은 너그러운 것이지만 농작물이 뽑아내는 양분의 일부만을 보충해주는데 지나지 않는 비료를 적절히 주는 일까지 하지 않는다면 굶는 엄마의 가슴이 마르듯 땅의 너그러움도 바닥나기 마련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비료를 쓰는 일이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생각은 일반화 할 수 없는 생각이다.

/홍 종 운 농진청 농업기술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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