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21세기 새문명의 태반, 경기도

21세기는 전 지구적으로 문명의 생명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군사적으로도 생명의 파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질서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세계화(혹은 지구화, globalizaion)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다. 미주지역과 유럽지역을 양대 축으로 삼고 기타 세계를 종속시키려는 기도가 文明의 衝突이라는 관념과 명분으로 외장을 한 채 실현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는 소위 넓은 의미의 동아시아의 核(core)국가들은 세계 여타의 강력한 블록에 대응하고, 동남아지역과의 경쟁 내지는 협력을 위해서도 기존의 관계를 뛰어넘는 공동체(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의미를 지닌)를 결성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디에선가 새로운 생명은 잉태되어야 하고, 지구를 구원하는 새 생명이 탄생하는 울림이 들려야만 한다. 즉 지구의 공멸을 막고 인류전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우주담론’ ‘지구담론’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한편으로는 동아시아적 입장을 고려한 동아시아 담론을 만들고 주장해야 한다.

그 진원지와 역할자로서 한국이 있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20세기 내내 인류가 만들어 낸 온갖 상처들을 치료도 않은 채 서둘러 봉합한 곳이 우리 터이다. 분단의 중병을 산소호흡기를 통해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생명수는 이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역사의 도리이다.

더구나 한국은 동해 남해 황해 동중국해로 이어진 동아지중해의 中核(core)에 위치하고 있다. 대륙과 해양을 공히 활용하며, 동해 남해 황해 동중국해 전체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특히 모든 지역과 국가를 전체적으로 연결하는 해양 네트워크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강대국의 갈등과 충돌의 개연성이 적지 않은 신질서의 편성 과정에서 중간역할을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다.

실제로 한국지역은 역사적으로도 중간역할을 수행하여 양 지역이 정치·군사적으로 직접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였던 경험이 있다. 또한 비교적 대륙적인 성격을 지닌 중국지역의 문화와 해양적인 성격을 지닌 일본문화를 우리지역에서 모아들여 우리식으로 해석하고 조화시켜 각각 상대지역으로 전파함으로써 동아시아 문화의 공질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였다.

우리 지역의 이러한 역할과 기능은 21세기 동아시아 신질서의 수립과 상생, 공동체 구성에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남북이 긍정적으로 통일되어 중요한 해로를 장악하고, 해양조정력을 가질 경우에는 교류의 주도권은 물론 각국 간의 해양충돌 및 정치갈등도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인프라의 효율적인 건설과 활용만 뒷받침 된다면 동아시아에서 하나뿐인 물류체계의 거점(hub)으로서 교통정리가 가능하고 나아가서는 동아시아의 경제구조나 교역형태를 조정하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 문화 또한 우리를 핵심로터리(I.C)로 삼아 동아시아 공동의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다.

이러한 새한국의 지리적인 중심에 있으면서 역할 면에서도 중심에 있고, 역사적으로도 중심의 역할을 하였던 곳이 바로 경기도이다. 경기도는 20세기 내내 냉전질서와 남북 분단으로 인하여 세계사에서도 가장 많이 피해와 상처를 입은 지역이다. 그러나 이미 얼음은 녹았고, 남북의 통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경기도는 민족사적으로는 남북을 연결하는 중간거점이 되며, 동아시아적으로는 중국 일본과 교섭하는 중요한 출구며 입구로서 육지와 바다, 하늘 모두가 만나는 교통의 십자로이다. 그리고 인류사적으로는 지구와 우주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문명이 잉태되는 태반이다. 그렇다면 경기도가 해야 할 역할, 경기도민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1천500여 년 전에 고구려의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은 경기도를 장악하여 세계국가로서 발돋움하였다.

/윤 명 철 한국해양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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