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음이 슬픈 병?

자살 증후군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자살한 수는 1만3천55건으로 하루 평균 36명, 시간 당 1.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자살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울증으로 뇌의 변화로 인한 마음의 병이며, 말 그대로 슬픈 병이다. 남자 열 명 중 한 명, 여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우울증으로 시달리며, 그 중에 약 15%가 자살을 기도한다고 한다.

때로는 우울증과는 무관하게 억울한 감정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충동적으로 자살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 수는 극소수에 불가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살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가족 간에 갈등에서부터 염세적 인생관, 생계 문제, 학교 성적 부진, 지병, 알코올 마약 중독, 외로움 등 각양각색이다. 최근에는 민생고와 더불어 ‘얼짱’, ‘몸짱’이 못 되었다는 이유로 비관해 동반 자살했다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실업자, 신용 불량자 같이 생계형 자살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IMF 환란이후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빈곤층만으로 양분된 탓으로 상대적으로 가난하다는 감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결국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 의식이 잘못된 풍조로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자살을 부추기는 느낌마저 든다.

사실 누군가 죽어야 겠다는 결심을 할 때까지 그 절박한 심정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좌절감이 밀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죽음은 한 개인에겐 모든 것을 종결시키는 상징적인 행위가 될지는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결코 종결이 아니며 오히려 새로운 논란의 시작일 뿐이다. 자살은 결코 현실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가 아니며 남은 자에게는 더 큰 고통을 안겨주는 연대 파장을 일으킨다는데서 명백한 살인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자살은 본인만이 아닌 사회 모두에게 큰 재앙을 안겨주므로 우리 모두가 연대 책임을 가지고 무너져가는 공동체를 새롭게 개축하는 일이 급선무다.

목숨을 끊을 만큼의 용기가 있다면 살아가면서 어떠한 난관에 봉착 하더라도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반론이 제기된다. 고로 자살이란 행동은 누구에게도 변호받을 수 없는 스스로 택한 죄악이다. 자살의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예방할 책임은 가족과 사회 그리고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닌가. 번져가는 자살 증후군에 대한 뾰족한 예방책이 없어 보이는 듯 하지만 일자리 창출, 내실 있는 빈곤층 지원 등 사회 안전망 확충과 함께 이웃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

자살의 핵심 원인인 우울증은 80% 정도 약물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의사의 상담과 분석, 정신 치료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자살자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수개월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자살 경고 사인을 보낸다고 하니, 우울증 환자를 접하고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은 환자의 증세나 정도 차이에 관계없이 그들의 고백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관심을 갖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전문의를 찾아가 치료를 받게 해준다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정 복 희 경기도의사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