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도주의 큰 사랑’ 적십자 회비

지난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부근의 강진으로 인해 1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 국제사회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상초유의 대재앙앞에 희생양이 돼 버린 이들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전세계는 한뜻을 모아 발벗고 나서고 있다.

각 구호단체들이 일제히 처참한 피해실상을 알리며 지구촌 가족들의 온정에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국제적십자연맹(IFRC)은 피해 당사국 적십자사와의 핫라인을 구축하며 대대적인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도 지난달 31일 담요 등의 긴급구호물자를 1차적으로 지원한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의사와 간호사, 행정요원 등으로 구성된 긴급의료단을 인도네시아 현지로 급파했다. 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피해현황을 계속 주시해 나가며 추가적 지원을 위한 대국민 성금모금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나 이라크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처럼 전세계 재난현장의 최일선에는 언제나 적십자가 함께 해왔다. 즉 181개국 적십자사로 구성된 국제적십자연맹은 인도와 중립 등의 일곱가지 기본원칙 아래, 체계화된 구호활동을 지구촌 곳곳에서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십자연맹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81개국 연맹국이 납부한 분담금의 규모면에서, 우리나라는 상위 아홉번째를 차지했다고 한다. 적십자 분담금의 그 지분적 의미는 인류의 고통경감과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한 해당국의 인도적 공헌도를 나타내며, 동시에 세계무대에서 자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력의 지표인 셈이다.

또 대한적십자사는 연맹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전세계 180여개국 적십자 대표가 참가하는 ‘제15차 국제적십자연맹 총회’를 올 11월에 서울로 유치해 놓은 상태다. 인도주의 운동의 올림픽에 비견되는 이 총회는 유엔총회 다음으로 규모가 큰 국제회의이다.

올해는 대한적십자사가 창립된 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다. 1905년 고종 황제가 제정·반포한 칙령 제47호로 탄생된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한세기의 짧지않은 세월속에 한국 현대사와 그 명맥을 함께 해오며 국내외에 따뜻한 구호의 손길을 전해 왔다. 어두운 사회를 밝히는 등불로서 소리없이 세상을 바꿔 왔다. 이처럼 대한적십자사가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인도주의 운동을 해 올 수 있었던 가장 크고도 근본적인 동인은, 다름아닌 국민들의 관심어린 성원과 지원이었다. 우리국민들의 따뜻한 나눔의 마음들이 적십자 인도주의를 통해 승화돼 왔던 것이다.

최근들어 적십자회비 모금에 대한 국민들의 동참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에 크나큰 마찰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국내경기의 악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이러한 적십자회비 모금에 빼놓을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구조적 환경들이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소외된 이들의 시름과 고통은 더욱 배가되기에 역설적으로 적십자의 보다 활발한 구호활동을 요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적십자사는 해마다 국민들의 동참을 조금이라도 더 이끌어 내기 위한 악전고투의 노력을 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실천으로 완성되는 동사라고들 말한다. 적십자회비야 말로 작은 실천으로 큰 사랑을 완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올 1월 20일부터 시작되는 적십자회비모금에 많은 이들의 보다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드린다.

/윤 여 갑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사무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