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난개발 부추기는 규제개혁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하던 1990년대 말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중 하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던 국토의 난개발이었다. 이 당시 난개발은 우리나라 토지문제가 공급토지의 절대부족이라는 점에서 도입된 준농림지역제도의 운영에 기인하였다. 보전을 주로 하되 개발이 가능하였던 준농림지역은 전국토 면적의 27%나 되었고, 일정한 요건만 충족되면 자유롭게 토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준농림지역에서의 개발행위가 도시지역보다 더 용이하게 됨에 따라 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다양한 개발사업이 가능하게 되어 엄청난 양의 고층아파트와 소규모 공장이 무차별적으로 산과 들에 들어서면서 환경파괴, 교통혼잡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 적이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난개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이용 및 관리체계를 ‘선계획-후개발’ 체계로 개편하고 약 40여년 동안 도시와 비도시로 구분해 관리하던 국토관리체계를 통합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비도시지역의 난개발을 막고 일정규모 이상의 계획적 개발을 유도키 위한 준농림지역을 관리지역으로 변경했고 개발을 위해서는 일정규모 이상을 요구함과 동시에 개발을 위해서는 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 설치에 대한 부담이 증가되게 됨에 따라 사실 민간의 각종 개발사업이 크게 위축되었으며 난개발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고들 한다. 그러나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국토관리체계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에는 다소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최근 도시지역내 자연녹지지역에 대형할인유통시설의 설치를 가능하게 하거나 관리지역내 3천평 미만 공장의 신·증설이 가능하게 하는 것, 아파트건설용지의 부족을 이유로 개발가능 규모를 일정규모 이하로 축소하는 것 등의 시행이 검토되거나 준비 중에 있다. 이는 과거의 난개발이 다시금 유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게 한다.

토지는 사유재이기도 하지만 모든 국민이 또한 우리의 후손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재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용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서구의 많은 국가에서도 용도지역제를 채택·운용하고 있다. 이는 국토의 이용은 국토계획이라는 틀 속에서 공익을 추구하고 그 틀 내에서 토지의 이용에 사익의 극대화를 도모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규제개혁이라는 이름하에 토지이용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자칫 경제살리기라는 단기적인 목표해결을 위해 수천 년 이상 우리의 후손들이 이용하여야 할 국토를 남용하는 것이라 하겠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화된 규정적용으로 도시용지를 쉽게 확보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규제완화라는 이름하에 새롭게 도입된 국토관리체계를 손을 대기 시작하면 당초 제도의 도입취지가 변질됨은 물론 일선 행정의 집행에도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외환위기때 이뤄졌던 많은 경제정책들이 단기적 목표해결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어 우리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토지이용부문 규제개혁의 대부분이 공익보다 사익을 과다하게 배려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더욱 필요하다.

/이 용 범 토지공사 국토정보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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