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음식물쓰레기에 대해

새해부터 음식물쓰레기 관리를 더 철저히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는 더 이상 땅에 묻을 수 없으며 가정에서 쓰레기를 버릴 때 음식물쓰레기를 더 엄격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한다. 새 규제가 너무 엄격해서 잘 지켜질 지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어느 독일 부인은 음식물쓰레기를 매우 잘 관리하고 있는 독일에도 그렇게 엄격한 음식물쓰레기 분류 규정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도는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음식물쓰레기로 골머리를 앓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쓰레기로 벼려지는 음식물이 15조원 쯤 된다고 한다.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액수가 큰 것이 아깝기만 한 것이 아니나 15조원어치의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졌을때 처리하는 비용이 크다는 사실 또한 부담스럽지만 그것이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음식을 소홀히 다루기를 태연히 하는 데 있다. 식당 같은 데에서 눈뜨고 보기 딱할 만큼 난장판인 식탁을 뒤로하고 식당을 떠나면서 송구스럽게 여기는 이가 이 나라에 있기나 한가. 이런 도덕 불감증은 다른 데까지 확산돼 이 나라의 도덕성이 만신창이가 되는 원인이 되기까지 한다.

나라 안에 또 지척지간에 있는 북한에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동포들이 무수히 많이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식을 그렇게 소홀히 다뤄도 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같은 사실은 매우 부끄럽고 부도덕한 일이다. 지금은 음식물쓰레기 관리를 위한 규정문제를 놓고 왈가왈부 할 때가 아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을 방도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때다. 음식물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찰에서 스님들이 식사하는 장면을 본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찰에서 행해지는 의식들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 그러나 사찰에서 스님들의 식사하는 의식에 대해서는 조금 안다. 책을 통해 또 요즘 흔히 있는 동영상을 통해 스님들이 식사하는 의식에 대해 겉핥기로나마 조금 알게 됐다. 발우공양(鉢盂供養)이라고 불리는 사찰에서의 스님들의 식사의식은 쌀 한 톨도 양념 부스러기 하나도 남기지 않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식사를 끝낼 무렵 밥그릇에 물을 붓고 작은 김치 쪽 같은 것으로 밥그릇을 잘 씻어 마신 다음 밥그릇에 물을 다시 부어 마신다. 그 다음에 깨끗한 수건으로 밥그릇을 씻으면 설거지까지 마치게 된다. 설거지를 위해 물을 남용하지도 않고 세제 같은 것도 쓰지 않는다. 얼마나 환경 배려적이고 자원 절약적인 식사인가.

시중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사찰에서 스님들이 발우공양 하듯이 식사를 하라고 주문하기는 매우 어려울 지 모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찰에서 생활하는 스님들도 사람이고 시중의 사람들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못할리 없을 것이다. 이것은 마음의 문제다. 우리의 음식을 소홀히 다루는 관행의 뿌리가 너무 깊어 전 국민이 수도(修道)하는 자세로 음식을 대하는 훈련을 거치지 않고는 그 뿌리를 뽑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 다음 환경부장관을 새로 임명할 때에는 재임 기간 중에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하고 그 공약을 실행할 수 있는 이가 임명됐으면 좋겠다. 환경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그런 공약을 하고 그 공약을 실천한다면 머잖아 우리나라의 음식물쓰레기 발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그만큼 심각한 것이다.

/홍 종 운 토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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